△중국의 저가공세 △글로벌 경기침체에 따른 수요감소 △고금리 기조 장기화 등에 따른 대외악재로 올해 들어 문을 닫는 공장이나 파산을 신청한 글로벌 기업들이 급증하고 있다. 특히 세계적인 열풍이 불었던 전기차, 배터리, 태양광 분야 기업의 파산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국내에서는 관련 분야 대기업들의 영업이익률이 크게 악화하면서 일부 기업은 수익보다 이자비용이 높은 한계기업 상태에 빠졌다. 미국과 유럽, 중국을 중심으로 과도한 저가경쟁이 기업 줄도산으로 이어지는 가운데, 국내 기업에도 이 같은 분위기가 확산할 우려가 제기된다.
◆中 '치킨게임'에 문 닫는 스타트업...대기업도 생산계획 전면 철회
29일 글로벌 전기차 업계에 따르면 미국의 전기차 스타트업 루시드그룹(Lucid Group)이 최근 캘리포니아 본사 직원 6%를 해고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400여 명의 직원이 일자리를 잃게 된다. 또 다른 미국의 EV 스타트업 피스커(Fisker)는 지난 3월 파산을 결정하고 관련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대기업 중에서는 미국의 글로벌 완성차 기업 포드가 전기차 모델인 F-150 라이트닝의 생산 계획을 대폭 축소했고, 테슬라는 인도 공장 건설 전면 재검토에 들어갔다. 유럽에서도 전기트럭 제조사 볼타트럭(Volta Trucks)이 파산 절차를 진행 중이다.
태양광 업계에서도 중국의 태양광 제조업체 링다 그룹(Lingda Group)이 13억 달러 규모의 신규 셀 공장 건설 계획을 최근 취소했고, 큐빅PV(CubicPV)가 미국 내 태양광 웨이퍼 공장 건설 계획을 중단했다.
에너지 기업 중에서는 미국의 해양 시추기업 다이아몬드 오프쇼어 드릴링(Diamond Offshore Drilling)이 지난달 파산을 신청하면서 시장에 충격을 안겨줬다.
◆하반기도 먹구름...수조원 투자 앞둔 기업 '자금조달' 어쩌나
글로벌 기업 줄도산의 원인은 과도한 가격경쟁으로 꼽힌다. CATL, BYD 등 세계 정상급 전기차·배터리 기업들은 올해 여름까지 배터리 가격을 지난해 여름과 비교해 60%가량 낮추는 것을 목표로 가격을 내리고 있다. 중국 대기업의 가격경쟁은 가장 먼저 중국 내 EV 스타트업의 도산으로 이어졌고 이어 글로벌 디플레이션을 유발, 미국과 유럽으로 확산했다.
태양광 산업의 경우도 룽지 그린에너지(Longji Green Energy), 아르테스(Artes), 징아오 테크놀로지(jingao technology), 트리나 솔라 에너지(Trina Solar Energy) 등 중국 기업들이 태양광 모듈을 미국, 유럽 내 공장보다 절반 이상 저렴하게 판매하면서 수익을 내기가 불가능한 구조가 된 것으로 전해진다.
과도한 출혈경쟁은 테슬라 등 미국 대기업들이 참전하면서 하반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테슬라는 올해 중국에서 판매되는 4개 모델의 가격을 약 2000달러 인하하면서 BYD와의 가격경쟁을 본격화했다.
이에 따라 추가적인 글로벌 투자를 진행 중인 LG에너지솔루션, SK온, 한화솔루션 등 기업이 자금조달 부문에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동종의 글로벌 기업들이 줄도산을 하는 가운데, 시장의 시각이 부정적으로 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부채비율은 188.2%에 달하면서도 올해 7조5000억원의 신규투자를 진행해야 하는 SK온의 입장에서는 미국 내 전기차 기업의 줄도산이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다. 나아가 글로벌 투자심리 위축이 배터리, 태양광뿐 아니라 반도체, 석유화학 등 국내 주요 산업 전반의 자금조달 어려움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실제 스타트업 뉴스 및 연구 포털인 디스럽트 아프리카(Disrupt Africa)에 따르면 글로벌 신규 펀딩 규모를 가늠할 수 있는 아프리카 스타트업 투자액이 지난해 전년 대비 27.8%가 감소했다. 올해는 배터리, 태양광, 전기차 스타트업에 대한 시장의 불신이 커진 만큼 ‘펀딩 겨울’을 맞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