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미·반중 성향의 민주진보당 소속 라이칭더 대만 총통의 취임 이후 중국의 대만에 대한 정치·외교적 공세는 물론 군사적 압박도 거세지고 있다.
라이칭더 총통은 지난 20일 총통 취임식 연설에서 비록 직접적으로 대만 독립을 언급하진 않았지만, '주권 독립', '양안은 서로 예속되지 않는다'는 등의 발언으로 사실상 독립 의지를 내비쳐 중국의 거센 반발을 샀다.
총통 취임 사흘 만에···대만 포위 군사훈련 개시한 中
리시 동부전구 대변인은 이 훈련은 대만 섬 주변에서 합동 해상 및 공중전투 준비 태세 점검, 주요 표적에 대한 합동 정밀 공격 등에 초점을 맞췄다며 “함정과 군용기가 대만 섬 인근 전투 순찰대에 도착해 실전 전투능력을 시험했다”고 밝혔다.
리 대변인은 "이번 군사훈련은 대만독립 분열세력이 독립 노선을 꾀한 것에 대한 강력한 징계이자, 외부세력의 간섭과 도발에 대한 엄중한 경고"라고 전했다.
중국 관영매체는 연일 대만을 향한 공격적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23일에도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사평에서 라이 총통을 "반중 감정을 선동하고 무력으로 독립하려는 '대만 독립운동가'"라고 규정하며 "대만을 전쟁의 위험으로 몰아넣고 많은 대만 동포들에게 심각한 재앙을 초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사평은 "민진당이 외부 세력과 결탁해 '독립' 도발을 강행한 것은 반드시 응징해야 한다", "대만 독립은 곧 전쟁을 의미한다", "민진당 당국이 '독립' 도발 강행한다면 불장난을 하면 스스로를 태우는 결과를 초래할 것을 감수해야 한다"고 라이 총통을 향해 경고 메시지를 날렸다.
中·바티칸과 관계 개선 '청신호'···대만 또 수교국 잃나 '긴장'
대만을 국제사회에서 고립시키기 위한 정치·외교적 공세도 가하는 모습이다. 중국이 유럽의 유일한 대만 수교국이었던 바티칸과 관계 개선에 나선 게 대표적이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앞서 22일 정례 브리핑에서 "우리는 교황청과 함께 중국교황청 관계의 지속적인 개선을 촉진하기 위해 기꺼이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앞서 교황청 2인자인 피에트로 파롤린 국무원장(추기경)이 전날 바티칸에서 열린 중국 가톨릭 관련 국제 콘퍼런스에서 중국에 대표부 설치를 희망한다며 이를 위한 새로운 외교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는 의견을 밝힌 데 따른 것이다.
교황청은 오래전부터 중국 대표부 설치 필요성을 거론해 왔지만 이번엔 교황청 2인자의 발언이라 무게감이 더 크다. 바티칸은 유럽지역에서 대만의 유일한 수교국인 만큼, 파롤린의 이번 발언은 바티칸과 중국의 관계 격상을 의미하는 것은 물론 바티칸과의 외교관계가 복원될 수도 있다는 관측을 낳고 있다.
게다가 이날 콘퍼런스에는 중국 천주교 주교단 주석이자 상하이 교구장인 선빈 주교가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중국 본토 주교가 교황청의 공개 행사에 기조연설자로 참석한 것은 사상 처음이라고 AP통신은 전했다.
중국은 지난 1951년 바티칸이 대만을 정부로 인정한 것을 이유로 공식 외교관계를 파기한 이후 1980년대부터 '자선자성(自選自聖)의 원칙'에 따라 교황청 승인 없이 독자적으로 주교를 임명해왔다. 이로 인해 중국 당국 통제 아래 사제와 주교를 세우는 중국 ‘천주교애국회’와 바티칸이 인정하는 ‘지하교회’ 조직이 갈등을 빚었다. 하지만 2013년 프란치스코 교황이 즉위한 이래 중국과 바티칸 간 관계 회복은 급물살을 탔고, 2018년에는 바티칸과 주교 임명을 둘러싸고 합의에 도달했다. 교황청은 중국 정부가 임명한 주교를 받아들이고 중국은 교황을 가톨릭교회 최고지도자로 인정해 주교 임명과 관련한 최종 결정권을 부여하는 방식으로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만으로선 중국·바티칸의 수교 가능성에 바짝 긴장하고 있다. 대만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강요하는 중국의 압력으로 수교국을 줄줄이 잃어 12개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다. 대만 외교부는 22일 성명을 내고 교황청과 중국 간의 상호 작용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중국은 전날 주중 한국·일본 공사를 사실상 초치해 대만 문제에 관해 항의했다. 앞서 20일 라이칭더 대만 총통 취임식에 한국과 일본 정치권 인사가 참석한 것을 문제 삼은 것이다. '하나의 중국'을 주장하며 대만의 국가 대 국가 외교관계를 인정하지 않는 중국은 대만 총통 취임식에 한국·일본 정치권 인사가 참석한 것을 두고 '하나의 중국' 원칙을 위반한 것이라 주장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