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분야 코너] "안돼"만 있는 행정소송, "해"도 가능해야

2024-05-14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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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 분야 │ 안성훈 법무법인 법승 변호사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서울가정법원·서울행정법원 전경 20230612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서울가정법원·서울행정법원 전경. 2023.06.12[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위법한 행정처분을 받았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행정기관에 이의를 신청했는데도 해결이 되지 않으면 결국 행정심판이나 행정소송을 제기해야 한다. 

그런데 행정심판은 행정청 스스로가 판단하는 것이라 정말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 드는 경우도 있다. 그렇다고 행정소송을 제기하자니 그 절차도 부담이 되고 그 결과를 받기까지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
그런데 진짜 문제는 행정소송법에서 부여하고 있는 행정소송의 기능이 행정심판보다 소극적이기 때문에 국민이 실제로 권익을 구제받을 수 있는 범위가 생각보다 매우 제약적이라는 것이다. 

먼저, 행정소송에서는 처분을 취소하거나 처분이 무효라는 것을 확인해줄 수는 있다. 하지만 행정심판과는 달리 그 처분을 변경하거나 적극적으로 어떤 처분을 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알려주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애써 소송을 거쳐도 결국 행정청이 제대로 사후처리를 해주지 않으면 다시 곤란한 상황에 있게 된다. 예를 들어 과징금 부과처분을 받고 이에 불복해서 ‘과징금이 과하다’라는 행정소송 판결을 받는다고 해도 ‘과징금 부과처분을 취소하라’라는 판결을 받게 될 뿐이고 ‘과징금을 적당한 금액으로 변경한다’라는 판결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국민의 입장에서는 행정청이 부디 적법하게 계산한 재처분을 내려주기를 바랄 수밖에 없게 된다. 

둘째로, 국민은 행정청이 무언가를 하지 않겠다고 하거나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에 대해서 굉장히 많은 제약을 받게 되는데, 행정법원은 그러한 ‘부작위’나 ‘거부’처분에 대해서 ‘위법하다’고 선언할 수는 있어도 행정심판에서처럼 ‘무엇을 하라’고 할 수도 없고 민사소송에서의 ‘가처분’ 또는 행정심판에서의 ‘임시처분’과 같은 적극적인 조치도 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예를 들어, 국가의 보조금으로 공익적 목적의 사업을 하는 법인이 있는데 부당한 평가를 받아 보조금 지급이 거부됐다고 하자. 그런데 이 법인이 보조금 지급 거부 처분에 대해서 다툰다고 하면, 법원은 ‘어 그래, 그거 위법하니까, 거부처분 취소해’라고는 할 수 있어도 ‘당장 보조금 지급해’라고 하지 못한다. 공익적 목적의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법적으로 운영비까지 지급받을 수 있는 법인들의 경우에는 자체적으로 발생하는 이익이 적을 수밖에 없어 보조금이 존속에 미치는 영향이 너무도 크기 때문에 기관의 입장에서는 보조금이 적시에 지급되는 것이 너무도 중요하다.

그런데 법원은 아주 나중에야 ‘어 그래, 그게 위법하네’라고만 말할 수 있을 뿐이다. 행정법원에서 할 수 있는 ‘집행정지’라는 것은 처분을 정지하거나 효력을 없게 하는 일만 가능할 뿐이고 ‘이거 위법할 수도 있으니 일단 지급하고 시작하자’라는 식의 ‘가처분’이나 ‘임시처분’을 하지 못한다. 

그래서 나오는 이야기가 행정소송법을 개정해서 ‘의무이행소송’을 도입하자는 것이다. 3권분립의 원칙상 사법부인 법원이 집행부인 행정기관, 행정청의 역할을 대신할 수는 없다는 뜻에서 현행 행정소송법은 행정심판과는 다르게 법원이 적극적으로 행정청의 처분을 변경하거나 무언가를 하라고 결정할 수 없도록 하고 있지만, 위에서 본 것처럼, 이러한 행정소송법의 태도는 국민의 권익구제를 무력하게 만들기도 한다. 

때로는 행정청의 위법이 명백하고 그 대안을 선택하는 것이 어렵지 않은 경우에서라면 법원이 판결을 통해 구체적으로 적법한 행정을 명령하는 것도 필요하다는 점을, 행정소송법이 반영해주기를 희망한다.  
 
안성훈 법무법인 법승 변호사
안성훈 법무법인 법승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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