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는 올해 1분기 매출 5조390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2012년 출범 이후 분기 기준 역대 최저 실적이다. 10여년 동안 분기 매출이 5조원대로 추락한 것도 2018년 2분기(5조6700억원)를 포함해 두 번뿐이다.
외형 축소의 주요 요인으로는 애플의 아이폰 부진이 꼽힌다. 애플이 성장 시장으로 점찍은 중국에서의 판매량이 지난해 1분기보다 19.1% 감소한 영향이 컸다. 이로 인해 애플은 2024 회계연도 2분기(1~3월) 아이폰 매출이 459억6300만 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10.4% 감소했다. 전체 매출도 4.3% 줄었다.
아이폰 시장이 축소되고 있는 상황에서 경쟁사들의 추격으로 삼성디스플레이의 점유율이 점차 줄어들고 있는 점도 고민거리다. 스마트폰 양강인 삼성전자와 애플을 고객사로 두면서 중소형 OLED 시장을 장악하고 있었지만, 애플이 공급사 다변화 전략을 적극적으로 취하면서 LG디스플레이, BOE 등 경쟁사들에 점유율을 빼앗기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치노리서치에 따르면 올 1분기 삼성디스플레이의 중소형 OLED 출하량 기준 점유율은 41%로, 지난해 같은 기간(53.3%)보다 12.3%포인트(p) 하락했다.
스마트폰 시장의 정체와 경쟁 심화로 성장의 한계를 느낀 삼성디스플레이는 새로운 주력 사업 발굴에 역량을 집중했다. QD디스플레이가 대표적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2019년 10월 QD디스플레이 양산을 위해 13조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했다. 당시 대형디스플레이사업부장이던 최 대표가 QD 개발을 주도했다.
하지만 QD디스플레이는 2021년 말 양산 후 3년 차를 맞고 있지만 아직 LCD를 메울 주력사업으로 발돋움하지 못하고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모회사 삼성전자가 OLED TV 시장에 진입하면서 경쟁사 LG디스플레이 물량을 늘리고 있는 상황에서도 삼성디스플레이는 적극적인 투자를 단행하지 않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대형 사업과 관련해 "QD-OLED는 추가 투자 없이 생산 효율 향상을 지속해 생산능력(CAPA)을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 대표는 다음 타깃으로 IT 사업을 점찍었다. 올해 시무식에서도 △8.6세대 IT용 OLED 준비 △차량용 전장 사업 영역 확대 △차세대 마이크로 OLED 기술 준비 △폴더블 대세화를 위한 기술 경쟁력 강화 △QD-OLED 프리미엄 입지 강화 등을 제시하며 "목표에 더 빨리, 더 효율적으로 도달하기 위해 임직원들의 역량을 한곳으로 집중하자"고 당부했다.
2019년 HP, 델, 레노버, 에이수스 등 글로벌 기업들을 대상으로 노트북용 OLED를 공급하며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나선 삼성디스플레이는 최근 애플이 공개한 아이패드 프로에도 OLED를 공급하며 반등을 노리고 있다.
초반 아이패드 시장에서는 LG디스플레이가 우위를 가져간 양상이지만, 삼성디스플레이가 지난해 업계 최초로 투자한 8.6세대 IT용 OLED 생산라인이 내년 말부터 양산에 돌입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입지가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서는 애플이 OLED를 향후 아이패드 전 라인업에 이어서 맥북에까지 탑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IT사업이 아이폰의 뒤를 이을 삼성디스플레이의 주력 사업군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