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핵심 정차역인 삼성역의 개통 지연에 따라 민간 시행사에게 손실 보전을 해줘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삼성역 개통이 예정된 오는 2028년까지 매년 수백억원에 달하는 손해액을 세금으로 물어줘야 할 위기에 놓인 셈이다.
정부와 서울시 사이에서는 벌써부터 불편한 기류가 흐르고 있다. 올해 말에 '손실 보전 명세서'가 정부에 도달하면 서울시와의 책임 공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당초 GTX-A 노선은 파주 운정과 서울역과 삼성역을 거쳐 동탄을 잇는 노선으로 계획됐다. 삼성역 환승센터의 완공시점은 2021년이었다. 하지만 2023년 말로 미뤄졌다가 다시 4년 뒤인 오는 2028년 4월로 연기된 상태다.
일각에서는 삼성역 개통이 늦어지면서 민간 사업시행자인 SG레일이 입게 될 손해를 정부가 메워 줘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국토부가 문재인 정부 때인 2018년 말에 SG레일 측과 체결한 GTX-A 노선 건설을 위한 실시협약이 그 근거로 제시됐다. SG레일은 GTX-A 일부 구간 사업비를 댄 신한은행 등이 사업 시행을 위해 만든 특수목적법인(SPC)이다. 이 실시협약 제57조에는 삼성역 복합환승센터가 GTX-A 노선 운영 개시일까지 개통되지 않을 경우 이로 인한 순운영이익 감소분을 보전해 준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운정~서울역 구간은 민자로 건설된 만큼 해당 구간이 개통되는 연말부터 민간 사업자에 대한 정부 보상금 규정이 적용된다. 이를 고려하면 올해 말부터 손실 보전 시점이 도래하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국토부가 SG레일 측에 물어줘야 할 보상금 규모가 매년 수백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현재 GTX-A 삼성역이 개통 예정인 2028년까지 매년 보상금 지급이 이뤄질 경우 수천억원의 세금이 낭비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가뜩이나 이용객이 저조해 SG레일이 거둘 수 있는 수익이 줄어든 만큼 손실 보전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국토부에 따르면 GTX-A 수서~동탄 구간 개통일인 지난 3월 30일부터 5월 7일까지 평일 하루 이용객 수는 평균 7718명 수준에 그쳤다. 이는 정부 예상 수요 예측치(구성역을 뺀 1만5000명가량)의 50% 수준이다. 휴일 하루 이용객은 평균 9163명으로 정부 예상의 61%에 불과하다. 이용객이 줄어든 것에 비례해 SG레일이 취할 수 있는 이익도 감소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개통 지연으로 SG레일이 부담해야 하는 금융 이자까지 더하면 그 손실 규모는 더욱 커지게 된다.
강경우 한양대 교통물류공학과 교수는 "이용객 수요가 저조하면서 손실 보전을 요구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면서 "SG레일은 신한은행 등 금융기관 등 투자적 시각에서 사업에 뛰어든 사례다. 엄연히 주주들이 있어 손실 보전에 대한 요구를 하지 않으면 배임행위가 될 수 있다. 손실 규모를 국토부, 서울시, SG레일 간 공방이 불가피해 보인다"고 내다봤다.
SG레일과 계약을 맺은 당사자인 국토부는 민간 사업자가 손실 보전을 요구할 시 먼저 보상금을 지급한 뒤 추후 서울시를 상대로 구상권을 청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삼성~동탄 구간을 제 때 개통하지 못한 책임이 서울시에 있는 만큼 구상권을 청구할 수는 있다"면서도 "하지만 현재는 구상권 청구 방법이나 시기를 구체적으로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반면 서울시 측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국토부의 설계변경 때문에 삼성역 개통이 지연된 측면도 있다는 입장이다. 당시 국토부가 2019년 2월에 서울시 측에 경제적 타당성 부족을 이유로 들어 광역복합환승센터에서 KTX를 빼 달라며 설계변경을 요청했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이미 2017년 기본계획 수립을 마치고 이듬해인 2018년 2월 기본설계에 착수한 상태였다. KTX 노선 배제 요청으로 서울시는 기본설계를 변경해 재설계하면서 개통이 지연됐다는 주장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현 시점에서 구상권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당황스럽다"면서 "만약 향후 국토부가 구상권을 청구한다면 합당한 대응을 할 계획"이라고 불편한 속내를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