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는 대기권, 수권, 빙권, 생물권, 지권의 5개 요소로 구성돼 요소 간의 상호작용으로 기후와 기상이 결정된다. 이 다섯 요소가 상호 작용하면서 어떠한 현상을 증폭하거나 감소하는 것을 ‘되먹임 효과’라고 한다. ‘양의 되먹임(Positive feedback)’은 처음 주어진 변화를 증폭하고, ‘음의 되먹임(Negative feedback)’은 작용을 받아 변화를 억제한다.
■지구온난화의 카나리아=알베도와 되먹임은 다른 지역보다 북극에서 얼음이 더 빨리 녹는 이유를 설명해준다. 얼음이 녹아 흰색 면적이 줄어드는 데 그치지 않고 해양의 짙은 색깔 면적이 늘어나 변화를 가속한다. 반사만 주는 게 아니라 줄어든 반사만큼 흡수가 늘어나는 구조다. 극지방에서 한번 온도가 높아지거나 낮아지면 계속해서 그 정도가 심해지는 양의 되먹임이 나타나는 이유다. 이 때문에 중위도나 고위도 지역에서, 적도 지방을 비롯해 얼음이 없는 지역보다 더 극적인 변화가 일어난다. 문제는 이러한 변화가 북극권에만 머물지 않는 데에 있다. 다른 지역보다 빠른 북극의 온난화는 다시 여타 지역의 온난화에 나쁜 영향을 미치고, 여타 지역의 나쁜 영향은 북극으로 돌아온다. 이러한 악순환 구조로 인해 북극은 ‘지구온난화의 카나리아’로 불린다.
세계 주요 6개 기관 자료를 근거로 매년 지구 평균기온 상승폭을 분석해 도출하는 유엔 세계기상기구(WMO)에 따르면 2023년 지구 평균기온은 산업화 이전 대비(1850~1900년) 1.45℃ 올랐다. 표본오차(±0.12)를 고려하면 1.57℃까지 상승했다고 볼 수 있다. 파리기후협약에서 인류가 합의한 2100년까지의 지구 평균기온 상승폭 제한 목표 1.5℃를 사실상 넘어섰다고 봐도 무방하다. 2023년의 지구 평균기온은 174년째인 지구 기온 측정역사에서 가장 높은 기록이기도 했다.
WMO에 따르면 2023년 이전에 가장 따듯한 해는 2016년으로 산업화 이전 대비 1.17~1.41℃ 높았다. 지금 추세로는 2024년, 2025년에 계속해서 신기록을 갈아치울 가능성이 농후하다.
북극에서도 상황이 비슷했다. 2022년 10월~2023년 9월까지 북극 표면의 평균 기온은 1900년 이후 6번째로 따뜻했고, 2023년 여름(7~9월)은 기록상 가장 따뜻했다.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이 발표한 북극 기온자료(그림 북극의 기온변화)를 보면 왼쪽 그림에서 2023년 여름(7~9월) 기온은 1991~2000년 여름의 평균 기온보다 북극 전역에서 높았다. 붉을수록 평균보다 2023년 여름 기온이 더 높다는 뜻으로 가장 붉은 색깔은 평균보다 4℃ 높다. 푸른색은 평균보다 낮다는 의미이다. 전체적으로 붉은색이고 푸른색을 찾기 어려웠다. 1940년부터 2023년까지 북극 전체의 여름 평균기온을 1991~2000년 평균과 비교한 그래프(그림 오른쪽)상에서도 북극 지역의 기온상승이 확연히 확인된다. 21세기 들어 상승세가 더 완연해진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북극증폭=NOAA가 2006년 이래 매년 발표하는 ‘북극 성적표(Arctic Report Card)’에서도 알베도-되먹임이 확인되며, 이 현상을 특별히 북극증폭이라고 부른다. ‘북극 성적표’는 북극이 다른 지역보다 2배 이상 빠르게 온난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북극의 기온상승은 북극 생태계의 핵심인 해빙(海氷)에 영향을 미친다. 북극 해빙은 북극을 둘러싼 대륙 안쪽 바다의 대기 접면이 얼어붙은 것으로 북극해와 북극권뿐 아니라 지구 전체 기후에 크게 영향을 미친다. 해빙 면적은 얼음 농도가 15% 이상인 바다의 범위로 정의되며 1979년부터 마이크로파 위성 원격탐사를 통해 북극 해빙 면적을 조사하고 있다.
북극의 계절적 순환은 3월에 해빙이 최대 면적을 기록하며 봄과 여름을 거쳐 얼음이 녹으면서 9월에 최소 면적을 기록한다. 미 국립빙설자료센터(NSIDC)에 따르면 1979년 9월 북극 해빙의 면적은 약 645만km²였지만 2023년 9월엔 423만km²로 줄었다. 한반도 면적의 10배 이상의 얼음이 그 사이에 사라졌다.
NSIDC가 2023년 9월 해빙 면적을 그림으로 표현한 자료를 보면 1981~2010년의 중앙값과 1991~2020년의 중앙값에 비해 확연하게 줄어든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당연히 1991~2020년의 중앙값 면적이 1981~2010년의 중앙값 면적보다 작다. 1991~2020년의 평균값과 비교한 연도별 면적 추이를 보면 그 차이가 약 70%p에 달한다. 9월의 최소 면적 변화에 비해 3월의 최대 면적 변화는 훨씬 덜하지만, 감소추세는 분명히 눈에 띈다. 해빙은 태양의 에너지를 반사하여 온난화를 늦출 뿐 아니라 해양 포유류에게 서식지를 제공하는 등 북극 생태계 전반에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해빙 감소, 나아가 소멸은 북극에 변고가 일어나고 있다는 의미이다.
■얼음 없는 북극 현실로=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등의 예측에 따르면 인류가 아무리 잘해도 북극 얼음을 지켜내기 어려워 보인다. 현재로선 산업화 이전 대비 2100년까지 지구표면 평균온도가 약 1.8~4.4°C 상승할 것으로 예측되는데, 국립기상과학원은 북극의 연평균 얼음량이 이에 따라 21세기 말에 현재 대비 최소 19%에서 최대 76%까지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기온이 높아지는 여름철에 북극 해빙은 모든 시나리오에서 21세기 중반 이후 거의 사라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결국 멀지 않아 얼음 없는(ice-free) 북극이 현실화하며 IPCC는 2050년 이전 최소 한번은 북극에서 여름에 얼음이 완전히 사라질 것으로 예상했다. 북극 항로가 열린다고 기뻐하는 사람이 있을 법하지만, 얼음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북극곰을 떠올리면 이만저만한 곤경이 아니다. 지구 전체 기후와 해양에 미칠 효과가 상상을 뛰어넘을 것이기에 북극곰의 곤경은 북극곰에 그치지 않는 확실히 상징적인 장면이다.
■해수면 상승 위험=지구온난화의 피해 중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이 해수면 상승이다. 다행히 북극의 얼음이 녹는다고 해수면 상승을 걱정할 필요는 없다. (다른 걱정거리는 많다.) 바다 위에 떠 있는 얼음이 녹는 것은 이론상 해수면을 끌어올리지 않기 때문이다. 아이스커피 속의 얼음이 녹아도 잔이 안 넘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지구온난화에 따른 해수면 상승은 그린란드와 남극 등 육지에 있는 빙하가 녹아서 바다로 유입하며 발생한다. 그린란드 빙하의 용융은 잊을 만하면 뉴스를 통해 전해지고, 남극의 얼음이 녹는다는 얘기도 자주 들리고 있다.
빙하(glacier)는 육지 위로 천천히 흐르는 얼음과 눈의 축적물이다. 이 빙하가 육지에 자리를 잡고 5만㎢ 이상 확장되면 빙상(ice sheet)이라 불린다. 현재 지구에는 그린란드와 남극 대륙에 하나씩 모두 두 개의 빙상이 존재한다. 두 곳에 얼어 있는 담수는 지구 담수 총량의 68% 이상으로 추정된다.
남극은 대륙이기 때문에 북극처럼 얼음이 녹는다고 즉시 바다가 드러나 태양에너지를 더 흡수하는 사태가 벌어지지 않는다. 남극에 분포하는 빙상 면적은 대략 한반도의 약 60배에 해당하는 1390만㎢이고 빙상의 평균 두께가 1937m나 되기에 다 녹기도 힘들다. 만약 남극 빙상이 모조리 녹는다면 전 세계 해수면이 약 60m 올라갈 것이기에 사실상 인류 문명의 종말을 초래한다.
그렇다고 남극이 안전한 것은 아니다. 해수면 상승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남극 얼음의 용융은 2006~2015년에 매년 해수면이 0.43(±0.05)mm 상승하는 데 기여했다. 과거에 비해 녹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IPCC는 온실가스 발생이 현재 수준으로 유지된다면(RCP 8.5) 2100년까지 지구의 해수면이 평균 0.84m 올라갈 것으로 예상했다. 이때 남극 빙상 용융의 상승 기여분은 0.12m로 추산됐다.
빙붕은 빙상의 연장으로 해안에서 바다 위로 뻗어 있는 두꺼운 얼음판이다. 남극대륙에는 총 15개의 주요 빙붕이 있다. 두께가 약 50~600m인 빙붕이 해안에서 수십~수백 km까지 펼쳐진다. 현재 가장 빠른 속도로 질량을 잃고 있는 빙붕은 남극대륙 서남극의 ‘스웨이츠 빙하’이다.
매년 500억 톤의 얼음이 녹아 전 세계 해수면 상승의 약 4%를 담당하기에 ‘스웨이츠 빙하’를 ‘종말의 날 빙하(doomsday-glacier)’라고 부른다. 최근 극지연구소(책임연구원 박태욱)와 일본 홋카이도대, 서울대 국제 공동 연구팀이 ‘종말의 날 빙하’의 붕괴 기작을 규명하는 등 ‘스웨이츠 빙하’를 살리려는 국제적인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종말의 날 빙하’가 하루아침에 녹아 없어지지는 않을 테지만, 북극과 남극에서 종말을 향한 움직임이 본격화한 것은 사실로 보인다. 적어도 북극곰과 황제펭귄 등 일부 펭귄 종에게는 그렇다. ‘종말의 날’이 사람은 피해서 갈까. 이미 인류에게 종말의 그림자가 드리우기 시작했을지도 모르는데 우리가 너무 태평한 건 아닌지 걱정이다.
안치용 필자 주요 이력
△ESG연구소 소장 △아주대 융합ESG학과 특임교수 △전 경향신문 사회책임 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