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스마트폰 프로세서 제조업체 퀄컴이 중국 수요에 힘입어 한동안 부진했던 스마트폰 시장이 회복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공지능(AI) 기능을 갖춘 프리미엄폰에 대한 중국 소비자들의 수요가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퀄컴의 2024회계연도 2분기(지난해 12월 25일~3월 24일) 매출과 주당 순이익은 각각 93억9000만 달러, 2.44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모두 월가 예상을 웃돈 것이다.
크리스티아노 아몬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콘퍼런스콜에서 “사용자들은 AI 기능을 실행할 수 있는 휴대폰을 사고 싶어한다”고 강조했다. 2분기에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를 통한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40% 늘어나는 등 중국 수요가 살아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아몬 CEO는 “중국 안드로이드 프리미엄 시장이 약화할 징후는 없다”며 실시간 번역, 가상 비서 등의 기능을 갖춘 ‘AI 기반 스마트폰’을 프리미엄 폰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삼성전자가 올해 초 출시한 갤럭시 S24 울트라를 프리미엄 폰의 예로 꼽았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제재를 이겨낸 화웨이의 반격이 퀄컴 실적에 오히려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화웨이는 지난해 자체 개발한 5G 칩을 탑재한 스마트폰을 출시하면서 중국 내에서 애국 소비 열풍을 일으켰다.
필 솔리스 IDC 소속 애널리스트는 “중국 스마트폰 시장이 회복되면서 수요가 프리미엄폰 시장으로 이동하고 있다”며 화웨이가 일으킨 애국 소비 열풍을 기반으로 전체 스마트폰 시장이 성장하고 있다고 짚었다.
퀄컴의 주요 사업은 휴대폰 부문으로, 스마트폰용 프로세서, 모뎀, 기타 부품 등 주로 안드로이드폰과 아이폰에 필요한 장치들을 판매한다.
다만, 퀄컴의 회복이 애플의 아이폰으로까지 이어질지는 의문이다. 애널리스트들은 화웨이의 반격으로 애플의 아이폰 매출이 크게 줄었을 것으로 봤다. 무선주파수 칩 제조업체 코보는 스마트폰 시장의 약세를 예상했는데 코보는 퀄컴보다 애플 의존도가 크다.
앞서 화웨이 테크놀로지스가 중국 은행간자금조달센터(NIFC)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화웨이의 1분기(1~3월) 순이익은 564% 증가한 196억5000만 위안에 달했다. 매출은 37% 증가한 1785억 위안이었다. 비상장 기업인 화웨이는 부문별 실적을 공개하진 않았다.
이러한 화웨이의 매출 급증은 아이폰의 점유율을 빼앗은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는 애플의 중국 시장 내 점유율이 지난해 4분기 19.7%에서 올해 1분기 15.7%로 쪼그라들었는데, 이는 화웨이폰의 점유율 증가에 따른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