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취임 후 약 2년 만에 처음으로 열리는 영수회담이 성과 없이 빈손으로 끝날 수도 있다는 우려가 곳곳에서 나온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4·10 총선에서 공약한 전 국민 민생지원금 지급과 당론으로 밀어붙이는 이태원 특검법 등이 정부 기조와 완전히 상반되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정치권 일각에선 윤 대통령과 이 대표가 서로 합의점을 찾는 게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윤 대통령이 야당 제안을 거부한다면 납득되는 이유와 대안을 제시해야 하고, 이 대표는 정부 대안을 숙고해 소통 창구를 계속 열어 놔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28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번 영수회담에서 쟁점은 민주당이 강조하고 있는 민생 회복 조치와 국정 기조 대전환이 될 것으로 보인다. 두 사안 모두 총선 전후로 민주당이 정부를 향해 강하게 목소리를 내왔던 사안들이다.
우선 민생 회복 조치는 이 대표가 4·10 총선 당시 공약으로 내세웠던 중점 과제다. 전 국민을 대상으로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을 지급한다는 게 핵심이다. 민주당은 고물가에 시달리는 국민들을 위로해 줄 정책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대통령실 시각은 민주당과 반대다. 확장이나 적극 재정이 아닌 건전 재정 기조를 유지·강조하고 있는 만큼 전 국민을 대상으로 지급하게 될 민생회복지원금은 '포퓰리즘'이라는 게 대통령실 측 인식이다. 정부는 특히 고물가 시대에 무분별하게 현금을 살포하면 물가 상승을 오히려 부추길 수 있다고 우려한다.
또 다른 쟁점인 국정 기조 대전환과 관련해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자제를 윤 대통령에게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최근 윤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으로 거부권을 행사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다시 수정한 이른바 '제2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국회 본회의에 직회부했다. 정부·여당이 우려를 표하는 가맹사업거래공정화법 개정안과 민주유공자예우법 제정안도 지난 23일 본회의에 직회부됐다.
민주당은 '해병대 채 상병 사망사건 외압 의혹 특별검사법(채상병특검법)'을 필두로 이태원 참사·전세사기 특별법도 강행 처리를 예고한 상태다. 세 법안 모두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는 방침도 세웠다.
이 대표는 윤 대통령이 취임 후 10차례나 거부권을 행사한 만큼 국정 기조를 전환해 본회의를 통과한 법안들에 대해선 거부권 행사 자제를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통령실로서는 하나같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법안들이라 이 역시 서로 기존 주장만 되풀이하다 회담이 끝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회에선 여야가 '네 탓 공방'으로 첨예하게 대립 중이다. 여당 재선 의원은 "민생회복지원금은 영수회담 이전에 대통령실에서 대변인을 통해 의견을 전달했지 않으냐"며 "이미 반대 의사를 충분히 표명한 것을 회담에서 또 꺼낸다면 회담을 하지 말자고 하는 것이나 다름없는 소리"라고 말했다.
반대로 민주당 초선 의원은 "취임 후 23개월 동안 수권정당 목소리를 무시한 결과가 고물가에 고금리, 고환율까지 덮친 '3고 시대'"라며 "안 된다는 말만 되풀이하지 말고 대안이라도 가져오라"고 맞받았다.
엄기홍 경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 대표는 자신의 선명성을 부각하려 하기 위해 특검법 등 이야기를 꺼낼 것이고, 윤 대통령은 '야당과 소통한다'는 이미지를 보여주기 위해 회담을 하려는 것"이라며 "결국 각자가 자기 정치를 하려고 할 건데, 회담은 빈손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또 더 이상 소통 창구도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결국 회담을 마치면 서로가 상대 탓을 하는 방식으로 마무리될 것 같다"며 "그러면 안 된다. 정치라는 것은 타협을 할 줄 알아야 한다. 서로가 100% 자기 것만 챙기려 하면 좋을 게 없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