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명의 사상자가 나온 '분당 흉기난동'을 저질러 1심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최원종(23) 측이 항소심 첫 공판에서 "형을 감경해 달라"고 요청했다.
수원고법 형사2-1부(김민기·김종우·박광서 고법판사)는 24일 살인·살인미수·살인예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최원종에 대해 2심 첫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최원종 변호인은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 암살미수 사건'을 언급하며 '심신상실'이 받아들여져야 한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이에 대해 "미국 법원에서 레이건 대통령을 암살하려 한 피고인의 정신질환을 인정해 형사책임이 면제되고 치료감호 후 출소한 예도 있다"며 "최원종도 범행 당시 심신 상실 상태로 사물을 변별한 능력이 없었지만 원심 판결이 사실을 오인해 피고인에게 심신 미약 부분만 인정했다"고 설명했다.
또 "피고인이 심신상실이 아닌 심신미약에 해당하더라도 중증 조현병으로 인한 범행이라 형이 감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신 상실이 받아들여지지 않아 형사책임을 면하지 못하더라도 심신 미약을 고려하면 무기징역형이 과하다는 취지다.
변호인은 1심 때 최원종의 정신 감정을 진행한 전문의에 대한 증인신문을 신청했다. 정신 감정인은 당시 "피고인의 환청, 피해망상, 관계망상 등 지각과 사고 장애가 이 사건 범행 발생 2년 전부터 시작됐으며 약 1년∼4개월 전 구체화한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재판부는 "보완 감정 방식으로 의견을 듣겠다"며 감정 내용에 따라 감정인에 대한 증인 신문을 진행할지 고민하겠다고 했다.
'분당 흉기난동' 피해자 유족들은 이날 방청을 마친 뒤 "검찰이 피고인의 심신 상실 주장에 강력히 대응해 1심 형량인 무기징역이라도 유지됐으면 좋겠다"며 엄벌을 요청했다.
이 사건으로 인한 피해자는 14명이다. 60대 여성이 차에 치여 곧바로 병원에 옮겨졌으나 사흘 만에 사망했고, 차에 치였던 또 다른 피해자인 20대 여성 1명은 뇌사 상태로 치료받다가 같은 달 28일 숨졌다. 이 밖에 시민 5명이 중상, 7명이 경상을 입었다.
경찰은 최원종이 조현성 인격장애(분열성 성격장애)' 진단을 받은 후 아무런 치료를 받지 않다가 망상에 빠져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파악했다. 검찰은 공소사실에 최원종이 망상을 현실로 착각하고, 폭력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라는 잘못된 생각을 해 범행에 이르렀다고 주장했다.
1심 법원은 최원종에 대해 심신미약 상태를 인정하면서도 이를 감경 사유로 받아들이지는 않았다.
항소심 2차 공판은 5월 29일 진행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