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장관은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2024년도 재외공관장 회의 개막식' 개회사를 통해 "미·중 전략경쟁과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규범 기반 국제질서가 흔들리고 있어 걱정스러운데, 중동 위기가 겹쳐 국제정세를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상황"이라며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사고와 발로 뛰는 외교로 시대 변화에 유연하고 민첩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 장관은 "지정학적 대전환의 파장과 우리에 대한 국제사회의 높아진 기대에 대해선 공관장 여러분이 외교 최일선에서 피부로 느끼고 있으리라 생각한다"며 "윤석열 정부의 '글로벌 중추 국가 비전'은 대한민국이 지정학적 숙명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데 그치지 않고 국력과 위상에 걸맞은 더 큰 역할과 기여를 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한반도의 평화를 유지하면서 주변국과의 관계를 전략적으로 관리·강화하는 것은 우리 외교의 변함없는 최우선 과제"라며 "미국과는 한·미동맹을 핵 기반 동맹으로 업그레이드한 워싱턴 선언에 따라 확장억제 실행력을 지속해서 강화하고 캠프데이비드 합의를 착실히 이행해서 한·미·일 협력을 속도감 있게 제도화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 장관은 "일본과는 양국 관계 개선의 긍정적 흐름을 이어나가는 한편 민감 현안을 안정적으로 관리해 가면서 내년 국교 정상화 60주년에 한·일 관계의 새로운 전기가 마련될 수 있도록 적극 협의할 것"이라며 "중국과는 원칙 있는 외교 기조를 견지하는 가운데 경제·인문 교류 등 갈등 요소가 적은 분야에서부터 착실하게 성과를 축적해 나감으로써 상호 신뢰 기반을 튼튼히 다지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가까운 장래에 개최될 한·일·중 정상회의가 양국 관계 발전을 추동할 수 있도록 세심한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의지를 다졌다.
조 장관은 이어 "억제·단념·대화의 총체적 접근을 통한 북한 비핵화 정책은 안보 환경이나 남북 관계의 불신과 상관없이 일관되게 견지해야 할 튼튼한 안보 외교의 핵심 축"이라며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을 단념시키기 위한 자금줄 차단 활동에 총력을 기울이면서 러·북 간 무기 거래 등 불법 협력 저지를 위한 국제공조 강화에도 힘쓸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중대한 변화를 겪고 있는 시대적 전환기에 과거를 답습하는 외교부가 설 자리는 없다"며 "함께 머리를 맞대고 힘을 모아 최선의 외교 성과를 얻어낼 수 있도록 공간을 이끌어주시길 바란다"고 공관장들에게 당부의 말을 전했다.
한편 이날부터 닷새간 진행되는 이번 회의에선 △미·중 전략경쟁 심화 △북핵 위협 노골화 △우크라이나·중동 전쟁 장기화 등 지정학적 전환기 속에서 우리 정부가 세워야 할 외교 전략이 논의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