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당권 재도전'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기존 대표 후보군으로 분류됐던 민주당 중진 상당수가 차기 국회의장과 민주당 원내대표 등 출마로 선회하는 기류다.
21일 민주당 당헌·당규에 따르면 당대표 임기는 2년으로 민주당은 오는 8월 전당대회를 열어 이 대표 후임을 선출하게 된다. 다만 당 안팎에선 4월 총선 대승을 이끈 이 대표가 연임해 윤석열 정부 견제에 '강한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국가의전서열 2위로 입법부 수장인 국회의장은 관례적으로 원내 1당 최다선 의원 2명이 전반기와 후반기 각각 2년씩 맡아 왔다. 이번 국회에서 민주당 최다선은 6선인 조정식·추미애 의원이다.
당 사무총장을 역임하며 이 대표와 호흡을 맞춘 조 의원은 "민주당이 국회 주도권을 가지는 데 제가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오랜 악연이 있는 추 의원 역시 "국회의장은 중립이 아니다"며 대여 강공을 예고했다.
다만 선명성보다 협치를 이끌 수 있는 유연한 정치력이 차기 국회의장에게 필요하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이에 22대 국회 최고령(만81세) '정치 9단' 박지원 당선자와 김태년·안규백·우원식·윤호중·정성호 의원 등 5선 의원들도 물망에 오르고 있다.
통상 3~4선 의원들이 맡아온 '원내 사령탑' 원내대표 선거는 다음 달 3일 예정돼 있다. 22대 국회에서 민주당 내 3선 이상 중진 의원은 54명에 달해 후보군만 두 자릿수를 넘는다. 이 가운데 박찬대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퇴행하는 윤석열 정권의 폭주를 막고, 위기에 처한 국민의 삶을 지키겠다"며 첫 출사표를 냈다.
특히 박 의원은 "윤 대통령이 21대 국회에서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한 법안을 재추진하겠다"며 △방송 3법 △간호법 △양곡관리법 △김건희 여사 특검법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 등을 언급했다. 박 의원 외에도 김민석·서영교·한정애·강훈식·김병기·김성환·박주민·조승래·진성준 의원 등도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통상 3선 의원들이 맡아온 국회 상임위원장 자리를 둘러싼 당내 교통정리도 치열할 전망이다. 당내에선 정권 견제라는 '총선 민의'를 받들어 법제사법위원장과 운영위원장 등 17개 위원장직 모두 민주당이 가져와야 한다는 목소리가 강해지고 있다.
법안의 체계·자구 심사권을 가진 법사위는 각 상임위 주요 쟁점 법안들에 대해 '게이트키퍼' 역할을 한다. 민주당 입장에선 법사위를 확보해야 정부·여당이 반대하는 각종 법안들에 대한 신속한 처리가 가능해진다.
대통령비서실과 경호처를 피감기관으로 두는 운영위는 국정 운영 안정성 등을 고려해 여당 원내대표가 역대 위원장을 맡아왔다. 그러나 야당에서는 국민의힘이 운영위를 다시 맡으면 '대통령실 방탄'에만 열을 올릴 것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한편 이 대표는 21일 신임 사무총장에 김윤덕 의원, 정책위의장에 진성준 의원을 선임했다. 또 민주연구원장은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 전략기획위원장은 민형배 의원, 당 대표 비서실장에 천준호 의원, 수석대변인 박성준 의원, 당대표 정무조정실장은 김우영 당선인이 각각 맡았다.
한민수 대변인은 "총선 민심을 반영한, 개혁 과제를 추진하는 데 있어 동력을 형성하고 신진 인사들에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이 대표의 남은 임기 동안 한 순간도 허투루 쓰지 않고 총선 민심에서 드러난 개혁 과제를 민주당이 제1당으로서 힘있게 추진해나가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인선"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