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정치권에 따르면 '비윤(비윤석열)계'로 불리는 윤상현 인천 동·미추홀을 당선자는 이날 '2024 총선 참패와 보수 재건의 길'이란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세미나에는 김용태·김재섭 당선자 등이 참석했고, 총선 참패와 관련해 정부·당 지도부에 대한 성토가 주를 이뤘다.
지난해 수도권 위기론을 줄곧 설파하며 정부에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은 윤 당선자는 당 지도부와 대통령실을 싸잡아 비판했다. 수도권 선거 전략 수정 제안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며 당 지도부의 미흡한 대처를 지적한 윤 당선자는 "정권 심판론의 바람이 너무나 거셌다"고 정부에 화살을 겨눴다. 그러면서 "선거라는 것은 대통령이 치르는 게 아니다"라며 "(윤 대통령은) 국정 운영하는 데 있어서 소통 과정이나 권력 분산 측면에서 일방통행식을 보였다. 한순간에 이뤄진 게 아니라 누적돼 온 것"이라고 패인을 분석했다.
이른바 '천아용인'(천하람·허은아·김용태·이기인) 일원이자 '친이준석계'인 김용태 경기 포천·가평 당선자는 "국민들께서 윤석열 정부를 지지해 주신 이유는 조직에 충성하지 않겠다는 공정함에 대한 믿음과 대한민국이 당면한 국가 개혁 과제들을 힘차게 추진할 것이란 희망이었다"며 "추진력이 상실된 원인은 공정함에 대한 신뢰 관계가 깨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서울 도봉갑에서 생환한 김재섭 당선자는 당내 조기 전당대회 개최 움직임에 우려를 표했다. 김 당선자는 "전당대회가 보수 진영의 패배 의식을 일시적으로 해소할 수 있지만, 결코 완벽하지 않다"며 "쓰레기가 보이지 않게 이불을 덮어놓는 꼴"이라고 혹평했다.
복수 언론에서 대통령실이 문재인 정부 시절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지낸 박영선 전 의원과 '친문(친문재인)계'로 꼽히는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이 각각 차기 국무총리와 비서실장 후보로 내정됐다고 보도한 뒤 여권 내부에서 윤 대통령을 향한 비토 감정이 커지는 모습도 포착됐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전날 "당 정체성을 전면적으로 부정하는 인사는 내정은 물론이고 검토조차 해선 안 된다"며 "인사 하나하나에 많은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끔찍한 혼종"이라며 직격했다.
당 원로들도 윤 대통령의 소통 방식에 문제가 있다며 직언을 쏟아냈다. 이들은 일방통행식 국정 운영 강행이 자당을 돕기는커녕 오히려 발목을 잡는 결과를 낳았다고 입을 모았다.
전날 상임고문단 간담회에 참석한 정의화 전 국회의장은 "이번 참패 원인은 대통령의 불통과 우리 당 무능에 대한 국민적 심판"이라며 "한발 늦은 판단, 의정 갈등에서 나타난 대통령의 독선적 모습들이 표심에 나쁜 영향을 준 것"이라고 말했다. 여당에는 "더 이상 대통령만 쳐다보는 정당이 돼서는 안 된다.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직언하는 당이 돼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한나라당 시절부터 상임고문을 맡은 나오연 전 의원은 간담회 직후 "총선 패배의 원인은 결국 행정부에 많이 있다고 본다. 정책 기조는 옳았는데, 추진하는 방법에 있어 강행하는 모습이 국민의 반감을 샀다"고 진단했다. 그는 "당에서도 그런 것을 정부에 적극적으로 건의를 해서 (정책을) 강행하지 못하도록 그렇게 건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윤 대통령의 국무회의 발언을 언급한 유준상 고문은 "전체적으로 언론이 공감하지 못하고 불통 이미지를 갖지 않았나"라며 "국민 앞에 당당하게 그때그때 자주 기자회견을 해서 소통했으면 좋겠다"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