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고속도로 안전 이상무...가상 VR로 도로 위험 미리 살핀다

2024-04-21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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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터널방재인증센터에 이어 도로주행 시뮬레이터 실험센터 가보니

지난 17일 충북 영동 터널방재인증센터에 마련된 터널 천장에 연기를 외부로 유출시키는 케이블프리 제트팬이 설치돼 있다 사진남라다 기자
 지난 17일 충북 영동 터널방재인증센터 직원이 터널 천장에 설치된 '케이블프리 제트팬'을 설명하고 있는 모습. [사진=남라다 기자]
'드르륵~우우웅'

고속도로 터널에 화재가 발생하자 터널 안을 집어삼킬 듯 무섭게 연기가 퍼져나갔다. 불이 나고 10초 뒤 큰 기계 굉음이 들리더니 유독가스를 내뿜던 뿌연 연기가 사람들 시선에서 사라지기 시작했다. 터널 천장에 달린 원형 국내산 '케이블프리 제트팬(이하 제트팬)' 덕분이다. 

지난 17일 기자가 찾은 충북 영동 터널방재인증센터에서는 화재 발생 시 터널 상황을 재현하는 실험이 진행됐다. 

고속도로 터널에서 화재가 발생하면 자칫 대형참사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그만큼 터널 화재 진압을 위한 연습은 물론, 제도 개선에 필요한 연구개발을 위한 환경 조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에 한국도로공사는 터널방재인증센터를 국내 유일의 실물 터널을 갖춘 방재시험센터로 조성하고 터널 내 사고를 위한 모의실험과 교육을 진행 중이다. 경부고속도로 영동~옥천 간 확장공사로 버려진 영동터널(길이 475m)을 활용한다.

터널 내 유독가스를 외부로 배출하는 제트팬은 한국도로공사가 자체 개발한 것으로, 기존 전력이 끊겨도 터널 내 배터리와 전력 변환장치를 설치해 24시간 가동되게 설계됐다. 제트팬은 입·출구 100~160m 간격으로 설치된다. 연기를 신속하게 배출해 사람들의 대피를 돕는 것이 주된 목적이다. 현재 전국적으로 11개 터널에 제트팬이 구비돼 있는 상태다. 도로공사는 연내 경부선 동탄터널 등에도 제트팬을 설치할 계획이다. 

도로공사는 현재 교육·훈련 중심으로 운영하던 터널방재인증센터를 세계 최고 수준의 '터널·지하도로 방재 종합기술센터로 도약을 꾀한다. 향후 지하고속도로에 적용될 반횡류식 제연설비, 원격제어 살수 설비, 포소화 설비 등을 설치해 교육과 연구개발을 진행한다는 목표도 세웠다. 
 
경기 동탄에 있는 도로주행 시뮬레이션 실험센터에 있는 대형 시뮬레이터 내부 모습 사진남라다 기자
경기 동탄에 있는 도로주행 시뮬레이션 실험센터에 설치돼 있는 대형 시뮬레이터 내부 모습. [사진=남라다 기자]
도로 주행도 VR로...고속도로 안전 미리 살핀다
이어서 이날 오후 경기 화성시 동탄에 있는 '도로주행 시뮬레이터 실험센터(이하 실험센터)'로 이동했다. 이 실험센터는 가상현실(VR) 기술을 활용해 실제 도로 주행과 유사한 모의주행 환경을 구현한 곳이다.

국비 146억9000만원을 들여 2019년 설립한 실험센터에는 대형 도로주행 시뮬레이터가 있다. 이 시뮬레이터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전 세계 5곳 정도만 보유하고 있으며 기술력으로는 글로벌 톱 10위 수준을 자랑한다. 

정부기관뿐만 아니라 현대자동차 등 국내 굴지의 모빌리티 기업들도 기술 개발 시 도로주행 모의실험을 진행하며 도로, 자동차, ICT 기술교류의 메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자율주행, 휴먼 팩터 등 미래 융복합 도로기술 개발을 효과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2019년에 설립된 실험센터에는 대형 도로주행 시뮬레이터가 있다. 대형 돔 안에는 모의 주행용으로 개조된 자동차가 탑재돼 있었다. 국내 최초로 주행 가속도의 90% 가까이 재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 6.2m 돔형 스크린과 초고해상도 프로젝터는 야간주행, 우천·강설 상황을 실감나게 구현했다. 시동음 엔진RPM, 마찰음 등의 차량 주변 소음도 제대로 살려 생동감을 더했다.

실험센터는 최근 고속도로가 지하화될 시 운전자가 졸음 등을 느끼는 구간을 확인하고 사고 방지를 위한 안전설비의 최적 위치 등에 대한 실험을 준비 중이다. 도로공사 관계자는 "지하고속도로에서 사고 발생 시 운전자가 어떻게 반응하는지 등을 실험을 통해 관찰하고 이러한 결과를 도로 건설할 때 반영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부는 지하고속도로 신설도 본격 추진한다. 국토부가 검토 중인 지하고속도로 유형은 △입체적 확장(도로 존치+지하 확장) △지하화(상부공간 일부활용+지하도로) △지하도로 신설(도심 지하통과, 계양~강화) 등 3가지다. 

현재 수도권 1순환(서창~김포), 부산외곽순환(사상~해운대)은 민간 사업자와 협상을 진행 중이고 경부(용인~서울), 경인(인천~서울), 수도권 1순환(구리~성남)은 예비타당성 조사를 벌이고 있다. 이들 5곳의 총사업비는 13조8000억원으로 추산됐다. 국토부는 지난해 2월 지하고속도로 안전을 고려해 설계지침을 개정하고 이달부터 2028년 말까지 연구개발을 추진할 방침이다. 

개정안에는 강수량을 기존 50년 빈도에서 100년 빈도로 강화하고 침수방지 차수판과 방수문 적용, 터널 내 진입차단시설, 과열차량 알람시스템, 원격제어 살수장비 등을 구비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국토부는 고속도로 상습 교통정체 길이도 오는 2026년까지 30% 줄일 계획이다. 교통량 분산을 위해 공사 중인 신탄진휴게소 하이패스IC가 연말에 개통되면 교통량이 기존보다 11% 줄어 정체가 다소 해소될 것으로 국토부는 보고 있다. 

주종완 국토교통부 도로국장은 "지하고속도로 구축은 상부 개발이 아니라 교통량 분산이 주된 목적"이라면서 "재원 마련에도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일단 정부와 도로공사가 분담하고 이후 다른 고속도로와 마찬가지로 통행료도 징수하는 구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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