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이 보유한 달러 예금 잔액이 고환율 영향으로 빠르게 줄고 있다. 제5차 중동 전쟁 가능성까지 나오며 달러 예금 잔액은 더 빠르게 줄고 있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5대 시중은행의 달러 예금 잔액은 급격히 줄고 있다. 지난 15일 기준 총 달러 예금 잔액은 544억3153만 달러로, 지난 1월 말보다 49억2398만 달러가 감소했다. 원화로 환산(18일 환율 기준)하면 2개월 반 만에 약 6조7838억원의 자금이 빠져나간 것이다.
최근에는 달러 예금 잔액 감소 폭도 커졌다. 지난 2월과 3월 말 기준 잔액은 전월과 비교했을 때 각각 2.6%, 0.78% 줄었다. 하지만 3월 말 대비 이달 15일 기준 잔액의 감소 폭은 5.13%로 달러 예금이 줄어드는 속도가 더 빨라졌다.
달러 예금이 빠르게 줄고 있는 배경에는 고환율과 중동 전쟁 등이 자리한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16일 한때 1400원까지 오르며 2022년 11월 이후 약 17개월 만에 최고 수준을 나타냈다. 원·달러 환율이 고점이라 판단한 예금주들이 달러를 인출하고, 이를 원화로 바꿔 환차익을 보려 움직인 것이다.
점차 고조되고 있는 제5차 중동 전쟁에 대한 위기감도 달러 인출 수요를 키웠다. 지난 13일 이란은 사상 처음으로 이스라엘 본토를 공격했고, 이스라엘은 재반격을 앞뒀다. 통상 전쟁 등 글로벌 리스크가 커지면 달러 등 자금을 은행에서 인출해 직접 확보하려는 시장의 불안심리가 작용한다.
시중은행 역시 외화자금 조달 리스크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성이 커졌다. 지난 16일 금융감독원도 직접 국내 은행 리스크 담당 임원과 만나 “올해 자금 조달 계획을 재점검하고, 선제적 중장기 외화자금 조달 등을 통해 대외 리스크에 대비해달라”고 주문했다.
현 상황에서 은행이 선택할 가장 유력한 외화자금 조달 방안은 여전히 예금이다. 은행의 외화자금 조달 수단은 크게 △예금 △차입금 △콜머니(초단기 차입 자금) 등이 있는데, 현재로선 원·달러 환율이 높아 차입금이나 콜머니 방식은 자금 조달 비용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이에 외화예금 특판 등 다방면 수단이 고려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