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과 인접한 경기 지역을 서울로 편입하자는 ‘메가시티 서울’ 논의가 4·10 총선 이후 추진 동력이 크게 떨어질 전망이다. ‘메가 서울’에 불을 붙인 여당이 선거에 패한 데다 편입 의사를 밝힌 수도권 지역을 사실상 야당이 싹쓸이하면서 현실화가 어려울 것이라는 평가다. 서울 편입 기대감에 한때 들썩였던 경기 구리, 광명, 하남 등의 집값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17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광명역써밋플레이스 전용면적 84㎡는 총선 직후인 지난 12일 10억9000만원에 매매거래가 체결됐다. 한달 전 해당 단지 같은 면적대가 11억7800만원에 거래된 것을 감안하면 9000만원 가까이 떨어진 셈이다. 같은 날 광명아크포레자이위브 전용 32㎡는 3억2000만원에 거래돼 한 달 전 3억8000만원보다 6000만원 떨어졌다.
경기 아파트의 매매가격지수는 지난해 12월 첫째주부터 하락 전환해 이달 초까지 18주 연속 떨어졌다. 특히 총선 한달 전인 3월 4일 광명시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89.7이었으나 총선 직전인 4월 8일에는 89.3을 기록해 0.45% 감소했다. 같은 기간 하남시는 89.3에서 89.6으로 0.33%, 과천시는 91.6에서 91.3으로 0.33% 하락하면서 경기 평균(-0.22%)보다 하락폭이 깊은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에서는 이번 4·10 총선 결과 영향으로 서울 편입론이 동력을 잃은 것 아니냐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여당 후보들이 서울 편입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지만 선거에서 패배하며 메가서울 구상이 불투명해진 분위기다. 서울시 역시 지난해 11월 구리, 고양, 과천시 등 지자체와 '메가시티 서울' 구상과 관련한 공동연구반을 구성했지만, 최근 관련 연구와 논의가 사실상 멈춘 상태로 파악된다.
이에 서울시 관계자는 "총선 이후 아직까지 지자체와 서울 편입 관련 추가 논의는 없었다”면서도 “총선 결과에 따라 각 지역 시민들의 불편함을 개선하려는 노력이 중단돼서는 안 된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서울시 입장에서는 생활권 불일치에 따른 시민들 불편에 대한 교통대책 등 개선안을 지자체가 노력한다면 함께 협조할 의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현지 부동산 시장도 편입론이 불붙던 지난해 10~11월과 달리 최근엔 편입 관련 열기가 눈에 띄게 식었다는 전언이다. 김포시 장기동 공인중개사는 "총선 전 한창 서울 편입 이슈가 화두가 됐을 때는 관련 문의가 꽤 있었고 호가가 오르기도 했는데 지금은 전혀 문의가 없고 매물 가격도 꽤 떨어진 상태"라며 "총선 결과 때문에 다들 앞으로 서울 편입은 힘들 거라고 보고 있다. 차라리 교통대책 등 다른 호재를 기대하는 게 빠를 것 같다"고 말했다.
김포시 마산동에 거주하는 최모씨(31)도 "총선 전 서울 편입론이 너무 급물살을 타는 것 같아서 오히려 걱정이 됐을 정도”라면서 “김포가 서울로 편입된다고 하더라도 물리적 거리가 가까워지는 것은 아니라 집값 상승 외에 기대되는 효과는 크게 없었다. 주민들에겐 서울 편입보다 중요한 것은 교통환경 개선"이라고 말했다.
구리시 갈매동 한 공인중개사는 "편입 얘기가 나올 때도 문의가 그렇게 많지 않았는데 요즘은 호재가 더욱 없어 잠잠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김포시 고촌읍 공인중개사도 "서울 편입 논의는 정치적 이슈에 가까워서 요즘은 그 이유로 투자, 실거주 문의를 해오는 일은 드물다"면서 "한창 편입 이슈가 나왔을 때 잠깐 분위기가 술렁였을 뿐 이후 거래가 잠잠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메가시티 서울'의 실현 가능성이 낮아지면서 서울 편입론이 아닌 교통호재 등에 더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다. 권대중 서강대 일반대학원 부동산학과 교수는 "서울 편입론은 애초에 현실성이 낮은 이야기였는데 총선 후 여소야대 국면이 되면서 각 지자체에서도 서울 편입 협조를 구하기 어려워졌다"며 "향후 해당 지역 집값이 서울 편입 기대감으로 인한 상승세를 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총선 전 서울 편입 관련 기대감이 있었다면 기대감이 사라진 데 따른 실망 매물이 나올 수 있지만, 보통 개발호재나 교통호재 등으로 의사결정을 하지, 단순히 편입 기대감만으로 주택을 매수하는 경우는 드물어 집값 영향은 크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