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납품대금 연동제가 시행됐으나, 건설업체와 납품대금 연동계약을 체결한 레미콘·전문건설업체가 전무하다. 위탁기업의 미연동 계약 체결을 강요하는 등 연동제 예외사유를 악용하는 편법행위가 일어나고 있다. 또 대·중견기업은 수탁기업으로서 연동제 적용대상에서 제외되고 있다.”(김영석 서울경인레미콘조합 이사장)
“위탁기업은 ‘연동약정을 체결하지 않아도 되는 대기업, 중견기업과 거래할 수 있다’고 말하며 (레미콘사들을) 압박한다. 위탁기업에게 연동약정을 요구하는 것이 불가능한 이유다. 수탁기업은 건설사와 관계에서 을의 입장일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부당한 연동 미적용 요구에 대응하기 쉽지 않다.”(강원도에 위치한 A레미콘회사 대표)
16일 한국레미콘공업협동조합연회에 따르면 납품대금 연동계약을 체결한 레미콘·전문건설업체가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 납품대금연동제 예외사유를 악용하는 위탁기업 편법행위로 인해 제도 자체가 유명무실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납품대금연동제는 수탁기업이 위탁기업에 납품대금의 10% 이상을 차지하는 원재료 가격이 일정 수준 이상 변동하는 경우, 이와 연동해 납품대금을 조정하는 내용이 포함된 서면 약정을 체결하는 제도를 말한다.
납품대금연동제가 본격 시행됨에 따라 주요 원재료가 포함된 수탁·위탁거래를 체결·갱신하는 기업들은 연동 약정의 예외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연동에 관한 사항을 성실하게 협의해야 한다.
또한 위탁기업은 협의한 사항을 약정서에 담아 수탁기업에 발급해야 한다. 예외 사유로는 △위탁기업이 소기업인 경우 △1억원 이하의 소액계약인 경우 △90일 이내의 단기계약인 경우 △수탁기업과 위탁기업이 납품대금 연동을 하지 않기로 합의한 경우가 있다.
레미콘업계는 시멘트라는 원재료를 받아 물과 모래·자갈 등과 섞어 레미콘을 만든 뒤 건설현장에 납품하는 구조다. 납품대금연동제 취지대로라면 시멘트 가격이 오르면 건설사에 인상분을 요청할 수 있다. 그러나 레미콘업계는 대기업들이 주로 운영하는 시멘트사와 건설사 사이에 끼인 ‘을’의 형태라 인상분을 그대로 반영하기가 어려워 자신들이 부담을 떠안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납품대금연동제 예외사유 중 위탁기업이 특히 ‘수탁기업과 위탁기업이 납품대금 연동을 하지 않기로 합의한 경우’를 이용해 제도 현장 안착을 저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대·중견기업과 중소기업 간 건설 소요물량 확보 경쟁이 치열한 레미콘 업계에서 수주 경쟁 시 중소기업에게도 연동제 적용이 거래 약점으로 작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중소벤처기업부는 납품대금연동제 도입 당시부터 논란이 돼 온 쪼개기 계약, 미연동 합의 강요 등의 불법행위가 있음에도 보복 등을 우려해 신고를 못하는 문제를 막기 위해 ‘납품대금 연동제 익명제보센터’를 설치·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이 정도 제도로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배조웅 한국레미콘공업협동조합연합회장은 “납품대금 연동제 확산과 제도 안착을 위해 건설사들에 대한 연동제 참여 독려와 실태조사가 병행돼야 한다”며 “수탁기업이 납품대금 연동을 하지 않기로 요청하는 경우에 한해 표준 미연동계약을 체결할 수 있도록 상생협력법 개정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