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기능식품(건기식) 시장이 매년 고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건강 관리에 관심을 둔 소비자가 꾸준히 늘고 있는 데다 내년에는 초고령사회(전체 인구에서 65세 이상이 20% 이상) 진입을 앞두고 있어 건기식 수요는 더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11일 한국건강기능식품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건기식 시장 규모는 6조2022억원을 기록하는 등 경기 불황과 물가 상승으로 소비가 위축된 상황에도 매년 성장세를 거듭하고 있다. 코로나19 발생 이전인 2019년(4조8936억원)과 비교하면 5년 만에 27% 급등했다. 2030년에는 25조원 규모까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건기식 시장이 대세가 된 이유는 저출산·고령 인구 증가와 같은 인구 구조 변화다. 출생아 수 감소로 우유 소비가 줄면서 우유업계는 건기식으로 눈을 돌려 체질 개선에 나서고 있다. 실제로 매일유업은 지난달 29일 주주총회에서 정관 변경을 통해 '건강기능식품의 제조·판매 및 수출입업'과 '특수의료용도 식품 제조·판매 및 수출입업'을 신규 사업 목적에 추가했다. 인구 구조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현대백화점그룹 계열 종합 헬스케어기업 현대바이오랜드도 백화점을 중심으로 자체 건강식품 유통망을 구축해 2030년까지 건강식품 관련 매출을 1000억원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현대바이오랜드 관계자는 "기존 주력 사업 분야인 화장품·건강·기능식 원료 제조사업과 더불어 건강식품 유통 사업을 핵심 사업으로 성장시킬 것"이라고 전했다.
제약사를 비롯해 식품업계까지 건기식 시장으로 보폭을 넓히자 개별인정형 원료 개발로 입지를 다지려는 기업도 늘고 있다. 고시형 원료는 해당 기능성이 널리 알려져 별도 인정 절차 없이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원료다. 예를 들어 비타민과 미네랄 등이 대표적이다. 반면 개별인정형 원료는 영업자가 원료 연구 자료를 제출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개별적으로 안전성과 기능성을 인정받은 성분이다.
개별인정형 인증은 인체 적용 시험도 거쳐야 하는 만큼 인증받기 까다롭다. 하지만 일단 인증을 받게 되면 6년간 독점 제조·판매권을 갖게 되는 장점이 있다.
그렇다 보니 기능성 원료 개발과 신청에 나서는 업체도 증가하고 있다. 건강기능식품협회가 발간한 '2023 건강기능식품 시장 현황 및 소비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 2022년 개별인정형 원료로 인정된 건수는 45건이다. 이 중 신규 인정된 원료는 33건으로 2004년 이후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초고령화 사회 진입을 앞두고 삶의 질을 중요하게 여기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며 "건강 관리도 자신을 위한 투자라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어 식품기업도 사업 다각화를 위해 건기식에 뛰어드는 추세"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