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운용 업계가 급성장한 가운데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을 중심으로 한 ‘양강 체제’는 더 견고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9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5일 기준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순자산총액은 각각 86조2696억원, 80조1651억원으로 3위 KB자산운용(34조6883억원)과 2배 이상 차이가 날 정도로 압도적이다. 이들 자산운용사 순자산총액은 전체 자산운용사 순자산총액 417조3241억원 중 39%를 차지한다.
그럼에도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은 발빠른 신상품 출시로 대규모 물량 공세를 펼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운용하는 ETF는 366개로 전체 상장지수펀드(ETF) 847개 중 절반 가까운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물량 공세는 중견사에서 어설프게 따라하기 힘든 수준”이라며 “인력 부문에서도 경쟁사 인재를 적극적으로 영입하는 등 전사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양강 체제가 고착화 되며 '상품베끼기'라는 부작용도 심심찮게 발생하고 있다. 삼성자산운용이 지난 2월 14일 KODEX 글로벌 비만치료제 TOP2 Plus ETF를 상장한 후 KB자산운용, 미래에셋자산운용은 같은 달 27일, 29일 유사한 비만치료제 ETF를 출시했다.
한국거래소는 이 같은 상품 베끼기 관행을 없애기 위해 ‘ETP(상장거래상품) 신상품 보호제도’를 개선했다. 거래소 내부 관계자로 구성된 ETP 신상품 심의위원협의회에서 독창성, 창의성, 기여도 등을 항목별로 나눠 상품을 평가해 보호 여부를 결정한다. 기존 정량 기준을 적용하던 심사기준을 정성 평가로 전환했다.
독창성이 인정된 ETP는 6개월간 보호를 받고, 다른 운용사에서는 유사한 ETP 상품을 출시할 수 없다.
아울러 운용사 입장에서는 고객을 확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수수료 인하 등 출혈경쟁이 치열해지며 수익적인 측면에서 겪는 고충도 커졌다.
지난해 펀드 관련 수수료 수익은 3조217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대비 922억원(2.8%) 줄었으며, 2년 전인 2021년보다는 4618억원(14.4%) 급감했다.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구조가 유사한 상품을 출시하면서 수수료를 낮춰 고객을 확보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데 장기적으로 자산운용업계 수익성과 건전성을 훼손할 뿐 업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