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 을지대학교병원은 혈관이식외과·비뇨의학과·대장항문외과·간담췌외과 의료진이 69세 고령 환자에 대한 대장암과 신장암 등 4건의 동시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쳤다고 9일 밝혔다.
69세 고령 환자에게 발병한 대장암·신장암을 동시에 수술하는 것은 위험도가 매우 높다.
의정부 을지대병원에 따르면 경기 동두천에 거주하는 최 모씨는 최근 신장암·대장암과 복부대동맥류, 담낭염 등 수술 4건을 동시에 받고 입원 10일 만에 합병증 없이 퇴원했다.
최 씨는 올해 초 건강검진 때 대장내시경에서 대장암이 발견돼 의정부 을지대병원 대장항문외과에서 진료받았다.
대장항문외과 권윤혜 교수는 "처음에는 평범한 대장암 사례로 생각했다. 대장암 크기가 2.5㎝ 정도로 크지 않았기 때문"이라면서도 "심장 수술 과거력이 있어 수술 전 평가를 위한 검사 결과 복부 CT에서 복부대동맥류, 신장암, 담낭염이 한꺼번에 발견됐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당시 최 씨에게 가장 시급한 수술은 복부대동맥류였다.
복부대동맥류는 심장 혈액을 전신으로 뿜어내는 복부의 큰 동맥 혈관 벽에 이상이 생겨 정상 혈관보다 직경이 50% 이상 팽창하는 질병이다.
특별한 증상이 없다가 대동맥 벽이 터지면 50%는 사망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 씨는 의료진의 꼼꼼한 검사 덕에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복부대동맥류를 미리 발견하는 천운이 따랐다.
하지만, 대동맥 직경이 6.2㎝로, 정상보다 3배 이상 커져 있었고 언제 터질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대동맥 스텐트 시술이 불가능한 상태였으며, 관상동맥이 폐쇄돼 있어 수술을 여러 차례 시행하는 건 위험했다.
혈관이식외과 김지일 교수는 "대장항문외과, 비뇨의학과, 간담췌외과 의료진과 협진해 대동맥류, 대장암, 신장암, 그리고 담낭염을 동시에 개복 수술하기로 결정했다"며 "둘러 수술일을 잡았고, 지체할 수 없었다"고 전했다.
의정부 을지대병원은 지난달 22일 최 씨의 수술 4건을 동시에 시작했다.
복부대동맥류 수술을 집도한 김 교수는 신동맥 부위를 침범하고 있는 대동맥류를 신동맥 상부를 고정한 뒤 인조혈관을 이용해 대동맥과 양측 장골동맥 간 우회술을 시행했다.
문제 있는 혈관 부위를 제거하고, 인공혈관으로 갈아 끼우는 수술이다.
이어 비뇨의학과 박진성 교수가 신장암 수술을 맡았다.
최 씨의 종양 크기는 4.3㎝ 크기로, 종양 내부에 괴사가 동반돼 있고 혈관 신생으로 주변 조직으로부터 혈관 공급을 많이 받는 양상이었다.
박 교수는 "이 양상은 암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었다는 의미"라며 "조기에 발견돼 다행인 사례였고, 주변 조직과 유착도 심해 박리가 쉽지 않았지만, 문제없이 신장을 완벽히 적출했다"고 설명했다.
다음 간담췌외과 최현화 교수가 바통을 이어받아 담낭절제술을 시행했다.
최 교수는 "담낭 염증과 담석으로 담낭절제술을 시행했는데, 한번 개복했을 때 같이 진행하는 편이 환자에게 훨씬 이로운 선택이었다"며 "보통 큰 개복수술을 하면 장기가 유착되기 쉬워 나중에 담낭염으로 통증이 심해졌을 때 수술하려고 하면 고려할 사항이 많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대장항문외과 권윤혜 교수가 대장암 부위를 절제하고, 명치부터 배꼽 아래까지 길게 개복한 수술 부위를 꼼꼼히 봉합했다.
권 교수는 "다행히 신장암, 대장암은 모두 원발암(최초 암)으로, 많이 진행되지 않았고 전이도 없었다"며 "대장의 암까지 제거해 수술을 모두 마무리했다"고 전했다.
7시간에 걸친 4건의 수술은 성공적이었다.
최 씨는 중환자실을 하루 경유해 입원실로 이동해 회복 시간을 가졌다. 며칠 복통이 있었던 경유를 제외하고 회복 속도가 빨랐다.
9일간 경과 관찰 후 지난달 31일 무사히 퇴원했다.
김 교수는 "암과 심뇌혈관 등 중증·응급 질환은 시간과의 싸움이기도 하다"며 "의정부 을지대병원은 여러 진료과별 협진을 통해 경기 북부 주민들이 신속하고 안전하게 치료를 받을 수 있게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