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 갈등'이 두 달 가까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과 전공의 대표 간 만남이 극적으로 성사됐으나 입장 차이만 재확인하면서 갈등 상황을 타개할 묘수는 찾지 못했다. 이를 두고 의료계 내부 분열까지 이어지면서 사태는 악화하고 있다. 의료계는 전공의 대표가 '밀실 대화'에 응한 것부터가 패착이라며 비난 수위를 높이고 있다.
7일 의료계에 따르면 사흘 전 윤석열 대통령과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이 면담한 것을 두고 '사태 해결이 더 어렵게 됐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의료계 내부에서 커지고 있다. 결과적으로 의대 입학 정원 2000명 증원에 대한 상반된 입장을 재확인하고, 대통령과 의료계 간 첫 만남이라는 상징성 외엔 남은 것이 없다는 평가다.
상황이 이렇자, 의대 교수들이 나서 제자들 보호 수단을 강구하고 있다. 정진행 서울대의대·병원 비대위 자문위원(전 서울대의대·병원 비대위원장)은 전날 페이스북에 "교수들이 단합해서 우리 학생·전공의를 지켜내자"고 밝혔다.
정 자문위원은 윤 대통령과 박 위원장 면담과 관련해 "우리 집 아들이 일진에 엄청나게 맞고 왔는데 피투성이, 만신창이 아들만 협상장에 내보낼 수는 없다"며 "에미애비(어미·아비)가 나서서 일진 부모를 만나 담판 지어야 한다"고 했다. 의대생·전공의는 물론 의대 교수 등 의사들이 한목소리로 요구하는 핵심 쟁점을 단일 요구안으로 모아 정부를 압박하자는 의미로 풀이된다.
정부는 의료계와 대화를 재차 제안하면서 '유연한 입장'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의대 증원 규모에 대해 "정부는 숫자에 매몰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분명하게 견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증원 수 조정에 대해서도 "정부는 의대 정원 문제를 포함한 모든 이슈에 유연한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의료계 내에서 통일된 안이 도출되기 어렵다면, 사회적 협의체로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를 빨리 구성해서 논의할 수 있다고도 제안했다.
이런 가운데 이날 오후 열린 대한의사협회 비대위 회의에서 박 위원장과 임현택 차기 의협회장 등 주요 관계자가 모여 의견을 나눴다. 윤 대통령 면담을 두고 쓴 소리를 했던 임 차기 회장이 박 위원장과의 공식 자리를 마련하면서, 의료계가 다시 한목소리를 모으는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