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남성현 산림청장 "420兆 가치 우리 숲 지키려면…산림재난방지법 꼭 필요"

2024-04-0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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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현 산림청장이 아주경제신문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산림청
남성현 산림청장이 아주경제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산림청]
산과 들에 꽃이 피는 봄이 왔지만 산림 당국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 지난 2월 1일부터 오는 5월 15일까지 봄철 산불조심기간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산불은 급변하는 기후변화 영향으로 점차 일상화·대형화하는 추세다. 산림청은 2010년대보다 2020년대에 산불 발생 건수가 20배, 피해 면적이 10배로 늘어날 것으로 추산한다.

산불위험기간도 초겨울과 초여름으로 확장되고 있다. 과거 3~4월에 큰 산불이 집중돼 '아카시아 꽃이 피는 5월이 되면 산불이 끝난다'는 속설은 과거 얘기가 됐다.

남성현 산림청장은 식목일을 앞두고 3일 아주경제신문과 인터뷰하면서 1년 전 일을 떠올렸다. 그는 "지난해 4월 3일 역대 처음으로 하루에 대형 산불 5건이 동시에 발생했다. 전날인 2일에는 산불 35건이 한꺼번에 발생했는데 역대 3번째로 많은 규모였다"며 "헬기 등 진화 자원이 부족해 불길을 잡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고 회상했다.

올해도 동시다발로 산불이 날 가능성이 높다고 남 청장은 설명했다. 그는 "고온 건조와 강풍 등 이상기후 영향이 커졌기 때문"이라며 "범부처 합동으로 산불 예방에 총력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예방 통해 산불 줄었지만 방심은 금물···"산림재난 통합관리 과제"
산불 예방을 위해 산림청은 영농부산물 등 불법 소각 행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최근 10년간 산불 10건 중 3건은 불법 소각으로 인해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봄철 산불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산림청은 영농부산물 파쇄 사업을 추진 중이지만 관행적으로 이어져 온 불법 소각을 단번에 끊어내기에는 한계가 뚜렷했다. 이에 관계 부처 합동으로 대응에 나서고 있다. 남 청장은 "올해부터 농림축산식품부, 농촌진흥청, 지방자치단체 등과 합동으로 '찾아가는 영농부산물 파쇄 사업'을 벌이고 있다"며 "산림 연접지 화목(나무 연료) 보일러 일제 점검과 건축물에서 발생하는 산불을 막기 위한 안전 조치, 동해안 전력설비 주변 위험목 제거 등 추가 예방 사업도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예방 정책 효과는 가시적이다. 올 1분기 전국에서 발생한 산불은 총 103건이다. 지난해 1분기(381건) 대비 4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 지난해 3월에는 산불이 299건 발생해 월별 기준 가장 많았지만 지난달에는 74건에 그쳤다.

이 같은 성과에도 남 청장은 "방심은 금물"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한 24시간 산불감시 정보통신기술(ICT) 플랫폼을 확대하고 유관기관 폐쇄회로(CC)TV 활용으로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있다"며 "신속한 산불 대응을 위해서는 112와 119에서 접수하는 신고 체계를 개선해 신고·접수 시간을 2분으로 줄일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또 "헬기 가동이 어려운 야간과 강풍 산불에 대응하기 위해 기존 산불 진화차보다 담수량이 3.5배, 방수량이 4배 높은 고성능 진화차도 올해 11대 추가 도입해 총 29대를 확보하겠다. 현재 해외 임차 헬기를 7대 도입해 운영하고 있으며 담수량이 큰 헬기를 2027년까지 58대로 늘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산불과 산사태, 산림병해충 등 산림에서 발생하는 재해를 뜻하는 산림재난을 통합 관리할 수 있는 '산림재난방지법' 제정은 산림청의 숙원이다. 산림재난은 서로 연계해 발생하는 특성이 있어 한데 묶어 관리할 필요가 있다.

일례로 대형 산불이 발생해 나무가 모두 불에 타면 소량의 강우에도 산사태가 나기 쉽다. 토양을 지지하던 나무들의 뿌리가 없어지고 빗방울을 막아주던 잎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산불 피해를 입은 나무들은 소나무재선충 등 산림병해충을 옮기는 곤충들 서식처가 되고 산불 발생 시 대형 산불로 이어지는 불쏘시개가 된다.

산림재난은 산림보호법에 근거해 관리되고 있지만 선제적이고 신속한 대응 체계 구축에는 한계가 뚜렷하다는 우려가 끊이지 않는다. 남 청장은 "기존 산림재난에 관한 조항과 새로운 정책 환경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신설 조항으로 구성된 산림재난방지법 제정이 필수적"이라며 "이를 통해 산림재난대응단 설치·운영, 한국산림재난안전공단 설립 등에 나서야 한다. 국회 문턱을 넘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남성현 산림청장이 지난달 31일 강원산불방지센터를 찾아 산불 특별대책기간 산불대비 상황을 점검한 뒤 직원들을 격려하고 있다 사진산림청
남성현 산림청장이 지난달 31일 강원산불방지센터를 찾아 산불 특별대책기간 산불 대비 상황을 점검한 뒤 직원들을 격려하고 있다. [사진=산림청]
"임업직불제 도입 기억 남아···녹화 성공 경험, 개도국과 나눌 것"
2022년 5월 13일 제43대 산림청장으로 임명된 남 청장은 어느덧 취임 2주년을 앞두고 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정책을 묻자 임업인들이 바라 마지않던 임업직불제 시행을 꼽았다. 임업직불제는 임업과 산림의 공익 기능을 높이고 임업인들의 낮은 소득을 보전하기 위해 일정 요건을 갖춘 임산물생산업·육림업 종사자에게 공익직접지불금을 지급하는 제도다.

임가 소득은 여타 1차산업에 종사하는 농가·어가에 비해 적은 수준이다. 2022년 기준 3790만원으로 농가 소득 대비 82.1%, 어가 소득 대비 71.6%에 그쳤다. 접근성이 낮은 급경사지에서 고강도 생산 활동을 영위하지만 벌이는 시원찮다는 것이다. 

이에 산림청은 지난해에만 2만1000개 임가에 임업직불금을 총 506억원 지급했다. 직불금 지급 첫해인 2022년보다 8.1% 증가한 금액이다. 수혜 임가당 소득 향상 효과는 연간 245만원 정도로 산림청은 추산한다.

산을 터전 삼아 살아가는 임업인들을 위한 추가 정책 마련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남 청장은 "산을 임업인에게 돈이 되는 '보물산'으로 만들기 위해 정부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며 "규제 개선 과제 309건 중 현재까지 200개 규제를 발굴했다. 청년임업인 정책자금 지원기준 완화 등을 통해 청년들이 산에서 소득을 창출하고 일자리를 얻을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기도 했다"고 부연했다.

산림 분야 공적개발원조(ODA)를 통해 국내에서 성공한 녹화 사업 경험을 외국에 전파한다는 복안도 내비쳤다. 전 지구적으로 환경 이슈가 커지면서 산림 역할이 점차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산림 분야 ODA 예산은 지난해보다 37.3% 늘어난 269억원으로 확정됐다.

남 청장은 "우리나라는 녹화 성공 경험을 보유한 산림 선도국인 만큼 산림 복원, 혼농 임업, 주민소득 개선 등 다양한 ODA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맞춤형 ODA 사업으로 국격을 높이는 데 앞장설 것"이라며 "개발도상국 산림 보전과 복원, 지속 가능한 산림 경영 등을 지원하고 있다. 다양한 국제기구와 다자 협력을 통해 우리나라 경험을 공유하고 지역 협력사업도 충실히 이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산림과 입업의 디지털화에도 역점을 두고 있다. 내년 발사 예정인 농림위성에서 보내는 공간데이터를 원활히 확보하기 위해서는 국가산림위성정보활용센터 설립이 필수 과제다. 가상공간에 실물과 같은 물체를 만들어 다양한 모의시험을 진행하는 디지털트윈 기술 실증에도 나선다. 그는 "확보한 데이터를 개방해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며 "13층 이상 중고층 목조건축 기술 개발, 위험 현장 특화 목재 수확 장비 개발 등 산림 분야 연구개발(R&D) 과제에도 집중 투자해 신성장 동력을 창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남 청장은 국내 숲이 일자리를 61만개 창출하는 한편 경제적 가치 161조원, 공익 가치 259조원 등 연간 420조원에 달하는 가치를 만들어 내는 소중한 자산이라고 강조했다. 산림청장으로 재임하는 동안 산림의 경제·환경·사회문화적 기능을 더욱 극대화하는 것이 그의 최종 목표다. 

남 청장은 "임업인에게는 돈이 되고 국민에게는 힐링과 문화 자산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산림을 조성하겠다"면서 "산림 보존과 이용이 조화를 이루는 산림 정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해 체감할 수 있는 성과를 창출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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