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5대 시중은행(KB국민·하나·신한·우리·NH농협은행)의 기업대출 규모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대출 규제가 심해진 가계대출 대신 은행권이 기업대출에 주력하고 있는 탓이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의 지난달 기업대출은 785조1515억원으로 전월(776조7107억원)보다 약 1.1% 증가했다. 기업대출의 이러한 증가세는 올해 1월부터 이어지고 있다. 지난 1월과 2월 5대 시중은행의 기업대출은 각각 770조14500억원, 776조7107억원을 기록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모두 증가세를 보이긴 마찬가지다. 우선 대기업 대출의 경우 올해 1월 138조9484억원에서 2월 141조8090억원을 기록한 뒤 지난달 145조843억원까지 확대했다. 또 중소기업 대출은 같은 기간 631조1966억원에서 640조672억원으로, 9조원 가까이 신규 대출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증가 폭은 대기업이 중소기업 대출보다 2배 이상 컸다. 대기업 대출이 2배 이상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는 의미다. 대기업 대출은 올해 2월 대비 지난달 2.31% 늘었지만, 중소기업 대출은 절반 이하인 0.81%의 증가율을 보였다.
통상 대기업 대출은 중소기업보다 금리가 낮지만, 대출 규모가 훨씬 크며 연체 등 안전성이 높다는 점에서 은행의 선호도가 높다.
기업대출이 빠르게 늘고 있는 주요한 배경에는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규제가 있다. 은행의 대출 부문은 크게 가계와 기업으로 나뉘는데, 금융당국이 가계대출을 한국경제의 ‘뇌관’으로 보고 억제 정책을 이어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은행권은 가계 대신 기업대출에서 수익성을 확보할 수밖에 없다.
실제 기업대출과 달리 가계대출은 지난해 4월 이후 11개월 만에 감소세를 나타냈다. 지난달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은 693조5684억원으로 지난 2월 695조7921억원보다 0.32% 줄었다. 이는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규제 강화에 따른 효과가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워낙 강하게 가계대출을 규제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대기업 대출은 금리가 낮아도 연체가 거의 없다는 특성 때문에 은행권에서 경쟁이 치열한 분야”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