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1분기 말 기업대출(예금취급기관) 잔액은 총 1916조5866억원으로 집계돼 지난해 말(1889조5709억원) 대비 27조157억원 늘었다. 이 중 부동산·건설업 대출은 568조5522억원을 기록해 전체 기업대출의 29.7%를 차지했으며, 최근 4년(2020~2023년) 동안 연평균 13.7%씩 성장했다. 이는 기업대출 연평균 성장률(11.9%)을 뛰어넘는다.
특히 부동산·건설업 대출 비중은 한국 산업의 중심인 제조업 대출 비중과 격차를 벌리고 있다. 기업대출 대비 부동산·건설업 대출 비중은 2020년 28.1%를 기록해 제조업(27.2%)을 웃돌기 시작하더니 △2021년 29.1% △2022년 29.7% △2023년 29.8% 등으로 매년 비중을 키웠다. 반대로 제조업 비중은 2019년 20%대 후반에서 지난해 말 24.2%까지 고꾸라졌다.
윤경수 KDB미래전략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은행권과 비은행권 모두 부동산·건설업 대출이 확대되고 있지만 이 중에서도 비은행 기업대출 증가액은 2019년 이후 부동산·건설 대출에 더욱 집중되고 있다"며 "이는 금융자원 배분 효율성을 떨어뜨린다"고 지적했다.
비은행예금취급기관이 내준 부동산·건설업 대출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1분기 기준 비은행예금취급기관의 기업대출은 총 540조3489억원을 기록했는데 이 중 부동산·건설업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291조7374억원)은 40%를 웃돈다. 은행권 기업대출 중 부동산·건설업 대출 비중이 25%인 점을 고려할 땐 간극이 상당하다. 저축은행·상호금융 등 비은행예금취급기관은 고금리 충격 속에 자산건전성이 악화일로인 상황이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에 따른 위기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어느 한곳에서 디폴트가 발생한다면 전체 금융권 시스템 문제로 전이될 가능성도 있다. 실제 올해 1분기 금융권 부동산 PF 대출 연체율은 전년 말 대비 0.85%포인트 뛴 3.55%로 집계됐는데, 저축은행업권 PF 대출 연체율은 같은 기간 4.3%포인트 뛴 11.26%까지 치솟았다. 증권업권도 같은 기간 3.84%포인트 뛴 17.57%에 달했다.
올해 하반기 부동산 PF 구조조정이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PF 리스크가 시스템 리스크로 전이되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업계는 입을 모은다. 금융권 관계자는 "전반적으로 모든 업황이 어려운 까닭에 새로운 돌파구를 찾는 것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면서 "하반기 PF 구조조정 압박이 커지면 2금융권 내 손실 우려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이런 충격이 시스템 리스크로 전이되지 않도록 관리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