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IA Biz] 베트남 비나선택시, 전기차 대신 '하이브리드 택시' 투자

베트남 비나선 택시 [사진=베트남통신사]

베트남 내 택시업계와 공유 차량 플랫폼이 점차 순수 전기차로 전환하는 가운데 베트남 주요 택시 회사 중 하나인 비나선(Vinasun)은 하이브리드 자동차에 투자하기로 선택하면서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달 말 비나선은 새로운 하이브리드 자동차 550대에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들 차량은 2024년 2분기부터 비나선 택시로 운행될 예정이다.

비나선은 기존의 내연 자동차에서 하이브리드 자동차로 전환하는 것이 회사의 장기 전략이라고 말했다. 주된 이유 중 하나는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휘발유와 전기를 혼용하는 하이브리드 엔진을 탑재해 기존 자동차에 비해 연료를 1.5~2배 더 절약할 수 있어, 현재 베트남처럼 순수 전기차를 위한 충전소 인프라가 완성되지 않은 조건에서 사용하기에 적합하다는 것이다.

앞서 비나선 이사회는 2023년 정기 주주총회와 임시 주주총회에서 최초의 순수 전기택시 회사인 사인SM(Xanh SM)의 등장과 관련해 주주들로부터 많은 질문을 받은 바 있다. 당시 비나선 쩐아인민(Tran Anh Minh) 부사장은 전기택시는 수단일 뿐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아니라며, 우선 전기택시 도입 전 타당성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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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는 베트남 택시업계에만 적용되는 얘기는 아니다. 최근 전 세계 렌터카 및 택시 회사들도 전기차로의 전환이 예상보다 훨씬 어렵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다.

한 예로, 미국에서는 차량공유업체 우버(Uber)가 운전자에게 테슬라 차량을 구입할 수 있도록 최대 2000달러(약 270만원)를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우버는 예상되는 숫자만큼 전기 자동차를 사용하도록 운전자를 설득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또한 미국에서는 주요 자동차 렌털 회사인 헤르츠(Hertz)가 휘발유 자동차 구매에 투자하기 위해 2만 대의 전기차를 "손실을 보고 판매"한다고 발표했다. 회사는 순수 전기차 가격의 급격한 하락으로 인해 2억4500만 달러(약 3315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택시업계가 전기차를 채택할 때 직면하는 주요 과제 중 하나로 충전소 인프라 부족을 꼽고 있다. 전기차는 여전히 기존 내연 자동차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싸다. 또한 주행 거리에 대한 불안 역시 문제로 지적된다. 

하이브리드 자동차와 전기차의 가장 큰 차이점 중 하나는 배터리와 충전 방식이다.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경우 배터리는 전력을 공급할 뿐만 아니라 운전 중에도 스스로 재충전할 수 있다. 반면 전기차 배터리는 일부 전원에 연결하지 않으면 재충전되지 않는다.

이러한 상황에서 비나선은 베트남 내 경쟁업체들과 달리 하이브리드 자동차에 대한 투자 결정을 내리며 새로운 시도를 하게 됐다.

비나선은 마이린(Mai Linh)과 비나택시(VinaTaxi)와 함께 베트남 시장에서 가장 큰 전통 택시 회사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2023년 말 기준 비나선은 약 3000대의 차량을 보유하고 있다. 주요 시장은 호찌민시, 빈즈엉, 동나이 등과 같은 남부지역이다. 

프랜차이즈 모델 

비나선의 2023년 매출액은 1조2188억동(약 662억원)으로 전년 대비 12%가량 증가했으나, 세후 순이익은 1508억동(약 82억원)으로 18%가량 감소했다. 특히 베트남 최대 재벌 빈그룹 산하 사인SM 택시가 시장에 진출한 2023년 2분기께부터 실적 둔화 추세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사실 비나선은 2017년부터 공유 차량 택시들과의 '전쟁'이 시작된 가운데 감가상각비와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점차 '프랜차이즈 사업 협력' 모델로 전환했다. 
 

호찌민시에서 운행 중인 비나선 택시 [사진=베트남통신사]

프랜차이즈 택시는 운송업체와 운전자 간의 협력과 이익을 공유하는 한 사업 형태다. 운전자가 자사 브랜드 이름, 시설, 기술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고객 지원을 제공하는 것이다. 자신의 자동차를 소유한 운전자는 비즈니스 플랫폼을 사용하여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운행할 때마다 수익을 올릴 수 있다.

비나선의 경우 가맹비 연 1100만 동(약 60만원), 초기 예치금 1200만 동(약 65만원)이며 운전자는 일일 수익의 15.5%를 수수료로 납부한다. 또한 운전자는 콜센터를 통한 호출, 공항 차량 색상 변경 등에 대한 지원을 받는다. 

이 모델은 비나선의 총 이익이 2018~2019년에 개선되고, 팬데믹 영향을 벗어나기 시작한 2022년에는 전년 대비 흑자 전환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프랜차이즈 모델로 인해 비나선의 서비스 품질이 하락했다는 의견도 있지만, 비나선은 고정적인 이익을 확보할 수 있다는 판단하에 해당 모델을 도입했다.

비나선은 이와 함께 차량호출 앱에 대한 투자도 늘렸다. 2022년 기준 비나선 앱을 통한 택시 예약 건수는 하루 평균 2691회에서 하루 1만7022회로 크게 증가했다. 이는 비나선앱으로 분당 평균 약 12건의 앱 예약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비나선은 차량 공유 업계와의 경쟁이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그러나 비나선은 자사 앱을 이용하는 고객이 5~6배 늘었고, '모든 면에서 만족'하고 있다며 향후 사업 전망도 자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