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선진국들의 인플레이션이 반등세를 보이면서 미국 등 세계 경제 연착륙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투자은행 JP모건의 자료를 인용해 선진국의 근원 인플레이션(계절 조정치)이 연율 기준으로 지난해 하반기 3%에서 올해 1분기 3.5%로 반등했다고 3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SJ는 “투자자들은 인플레이션이 중앙은행의 목표치로 서서히 둔화할 것이란 기존 전망을 재고할 수밖에 없다”며 물가가 잡힐 듯 잡히지 않았던 1970년대의 상황을 되풀이할 수 있다고 짚었다. 서비스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 중인 데다가 지난해 하락세를 보였던 원자재 가격이 다시 튀어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연준이 선호하는 물가 지표인 2월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는 지난해 동기 대비 2.5% 올라, 1월(2.4%) 대비 상승률이 0.1%포인트 높아졌다. 더구나 변동성이 큰 식품 및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PCE 가격지수의 최근 3개월간 상승률은 연율로 3.5%로, 기존 2%대에서 3%대로 올랐다.
세계 주요 중앙은행들은 대체적으로 인플레이션이 순탄치 않은 여정을 보이더라도 물가가 중앙은행의 목표치까지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일부 고위 인사들은 섣부르게 첫 금리 인하에 나서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는 지난 28일 한 연설에서 인플레이션 하락세가 둔화하거나 정체되고 있다면서, “전체 금리 인하 횟수를 줄이거나 금리 인하 시기를 미래로 미루는 것이 적합하다”고 말했다.
독일 중앙은행 분데스방크의 요아힘 나겔 총재는 유로존의 2월 말 근원 인플레이션이 1999~2019년의 평균보다 2%포인트 높다고 지적했다. 그는 “금리를 너무 일찍 또는 너무 급격하게 인하하면 목표치를 놓칠 위험이 있다”며 “금리를 다시 올려야 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나겔 총재는 국제통화기금(IMF)의 최근 보고서를 인용해 1970년대 이후 발생한 인플레이션 충격 10건 중 4건이 발생 5년이 지난 후에도 해결되지 않았던 점에 주목했다. 섣부르게 금리를 내렸다가는 이번 인플레이션 충격도 5년이 넘게 계속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 것이다.
실제 유럽 곳곳에서는 물가 지표가 다시 뛰어오르는 양상이다. 이탈리아의 근원 인플레이션은 2월 2.3%에서 3월에는 2.4%로 올랐다. 프랑스의 헤드라인 인플레이션은 3월에 2.3%로 진정됐지만, 서비스 인플레이션은 전년 동기 대비 3% 오르는 등 여전히 3%대에 머물러 있다.
WSJ는 주요 중앙은행이 의도치 않게 인플레이션 압력을 가중시켰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중순부터 피벗(통화정책 전환)을 시사하면서 증시 등 자산 가격을 끌어올렸고, 그 영향으로 소비자들이 지갑 문을 활짝 열었다는 분석이다.
실제 탄탄한 소비에 힘입어 미국 등의 경제는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연은)은 미국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기존 2.1%에서 2.3%로 상향 조정했다. 유로존의 임금 상승률 역시 11월 이후 연율 4%의 상승률을 유지하고 있다. 이민 증가로 임금 인상이 억제될 수 있는 점 등은 물가에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고 WSJ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