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숲 사이로 잔잔한 첼로 음악이 흐른다. 잔디밭에 펴놓은 캠핑 의자에 앉은 사람들은 와인을 마시며 음악 소리에 젖어 든다. 피자와 함께 취향껏 와인을 즐기다 보면 어느새 해가 뉘엿뉘엿 저물어간다.
30일 워커힐 호텔에는 봄의 정취를 느끼기 위해 수많은 인파가 모였다. 이들은 와인페어에서 각종 와인을 시음하고 오후 5시부터 포레스트파크에서 열린 숲속 콘서트를 즐겼다.
워커힐의 피자힐 입구에서 와인페어 등록을 하면 와인잔과 푸드트럭 이용 쿠폰 2장을 나눠준다. 와인잔을 꺼내 들고 돌아다니며 취향대로 와인을 시음해 본다. 푸드트럭에서 판매하는 피자와 닭꼬치, 새우튀김, 타코야끼 등 각양각색 음식을 와인과 페어링해 보기도 한다.
와인페어 한켠에는 작은 콘서트도 열린다. 와인과 어울리는 재즈 선율과 은은하게 불어오는 바람이 봄이 왔음을 실감케한다.
와인페어를 찾은 정혜린씨(33세)는 "합리적인 가격으로 26개 와인업체의 다양한 와인들을 시음할 수 있어 좋았고, 제 와인 취향을 알아갈 수 있던 좋은 기회였다"라면서 "특히, 호텔에서 진행하는 행사가 비싸다는 편견이 있었는데 가격도 합리적이라서 좋았다. 근래 다른 호텔에서 진행하는 와인페어들과 비교해서 고민하고 여기로 왔는데 상당히 만족스러웠다"라고 말했다.
아직은 벚꽃이 고개를 내밀지 않은 벚꽃길 산책로에도 테이블이 길게 들어섰다. 푸드트럭에서 고른 음식, 시음해 보고 산 와인과 함께, 환상적인 봄의 피크닉이 완성됐다.
올해로 10년 차를 맞는 스프링 페스티벌은 예년보다 더 풍성해졌다. 와인 페어에는 평균 20개 업체가 참여했지만, 올해는 26개 업체 함께해 세계 각국의 다양한 와인 시음을 선보였다. 플리마켓 8개 부스도 함께해 볼거리를 더했다.
워커힐 르파사쥬에 입점해 있는 와인 수입사 에노테카코리아는 와인 페어 역사와 함께했다. 김민재 에노테카코리아 관계자는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중저가 와인부터 고가의 엔트리급 와인까지 다양한 와인을 가져왔다"면서 "고객분들께 저렴한 와인도 맛있다는 것을 알려드리고 싶다"고 설명했다.
워커힐 측은 올해 와인 페어에 역대 최대 규모의 방문객이 다녀갈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해 3400명의 고객이 와인 페어를 찾았다. 그러나 올해는 예약 고객만 4100명이며, 현장 참여 고객까지 더해지면 4500명이 방문할 것으로 예상된다.
감대웅 워커힐 식음료팀 부지배인은 "와인 페어는 올해 21회차로 코로나19 기간을 제외하고 10년차가 된다"라며 "올해는 피자힐 삼거리까지 규모를 확장해 일반 고객들도 이곳에 방문하면 축제 분위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포레스트파크에서는 오후 5시부터 오후 6시 30분까지 숲속 음악회가 펼쳐졌다. 선우정아, 첼로소년, 이선경 트리오, 노윤섭 테너 등의 공연과 함께 무제한으로 제공되는 와인을 즐길 수 있다. 지난해 가을 처음 시행한 파크 콘서트의 반응이 좋아 봄과 가을 미니 콘서트를 정례화하게 됐다. 오는 5월에도 디즈니 오케스트라 음악회를 진행한다.
워커힐 관계자는 "스프링 페스티벌은 서울 대표 벚꽃 명소로 손꼽히는 워커힐에 방문하고 투숙하는 고객들을 위해 기획한 봄 시그니처 프로그램"이라며 "다음 주에는 벚꽃 떨어지는 호텔에서 다양한 와인과 음악을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