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세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업체 트루스소셜이 상장 후 이틀간 연이어 10%대 오름세를 기록했다. 이에 트럼프 전 대통령은 본인 지분 가치가 급증해 이틀 만에 7조원 규모의 돈방석에 앉게 됐다. 다만 실제 기업 실적이나 사업성이 뒷받침되지 않는 트루스소셜의 주가 상승세가 얼마나 갈지에 대해선 회의론이 나온다.
27일(이하 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트루스소셜의 모기업 트럼프 미디어 앤 테크놀로지 그룹(DJT·트럼프 미디어)은 전 거래일 대비 8.23 달러(14.19%) 오른 66.22달러에 장을 마쳤다. 전날 상장 후 첫 거래일에서 16.1% 오른 뒤 이틀 연속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한 것이다. 현재 트럼프 전 대통령이 보유한 트럼프 미디어 지분 가치는 이날 종가 기준으로 약 51억6000만달러(약 7조원)으로 추정된다.
트럼프 미디어의 기업 가치는 뉴욕증시 상장 이전부터 상당히 치솟았다. 트럼프 미디어를 인수한 기업인수목적회사 디지털 월드 애퀴지션(DWAC)은 이미 합병 전부터 증시에 상장돼 거래가 이뤄지고 있어서다. DWAC 같은 회사들은 비상장기업의 인수 합병을 목적으로 하는 특수회사로 '우회 상장' 통로 역할을 한다.
반면 트럼프 미디어의 경우, 실적이나 사업성과 등 기업가치는 뒤떨어진 걸로 나타나 '주가 거품' 논란이 일고 있다. 이 업체는 지난해 9개월 매출이 340만 달러(약 45억원)에 불과했는데 순손실액은 4900만 달러(약 660억원)로 '적자' 기업이라고 CNN 비즈니스는 보도했다. 이는 핵심 사업인 SNS 이용 실적이 저조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애플리케이션 등의 트래픽 집계 업체 시밀러웹에 따르면 올해 2월 기준 트루스소셜의 월간활성사용자(MAU)는 IOS·안드로이드 기기 모두를 합쳐 49만4000명에 불과했다. 7500만명이 사용하는 X(과거 트위터)와 1억 4200만명이 활동하는 페이스북과 비교가 안 되는 숫자다. 게다가 지난 2월 트루스소셜의 MAU는 전년 동기 대비 51%나 급감해 점차 쇠퇴하는 모양새다.
트럼프 미디어는 사실상 트럼프의 '밈(Meme) 주식'으로 해석된다. 실제 기업가치와 상관없이 유행에 따라서 매수세가 몰리는 종목이란 뜻이다. 지난 2020년 코로나19로 인한 저금리 상태에서 미국 개미(개인투자자)들이 몰렸던 게임스톱과 유사한 형태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다만 장기적으로 봤을 땐 주가는 가치에 맞게 '조정'되는 양상을 띤다.
르네상스 캐피털의 수석 기업공개(IPO) 전략가 메튜 케네디는 CNN 비즈니스에 밈 주식의 경우, 기업가치와 상관없이 주가가 오른다면서도 "결국 기업의 실제 가치는 펀더멘탈(기업의 기초체력)에 맞게 후퇴하는 경향이 있다"고 예측했다.
한편 트럼프 미디어의 주요 주주인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의무 보유 확약에 따라 6개월간 트럼프 미디어의 주식을 현금화할 수 없다. 다만 일각에선 현재 재판과 선거 비용으로 현금이 급한 만큼 이사회의 특별 승인을 얻어 지분을 조기 매각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금난'에 추가 모금활동에 매달리고 있다. AP 통신 등에 따르면 그는 26일(현지시간) 트루스소셜에 후원용 성경에 대한 판매 홍보 영상을 올렸다. 본인 재정난을 타개하려고 한 권당 59.99달러(약 8만원)에 성경까지 파는 것이다. 지난달 그는 자필 사인을 담은 운동화을 팔았는데 자금난이 더 본격화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