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붉은누룩을 이용해 쌀을 발효시킨 ‘홍국’ 성분의 제품을 섭취하고 신장병 등으로 입원한 사례가 잇따른데 이어 사망자까지 나오면서 큰 논란이 되고 있다.
일본 대형 제약사인 고바야시제약은 26일 자사가 공급한 ‘홍국’ 성분이 들어간 건강보조제를 먹고 1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사망자를 낸 제품의 이름은 ‘홍국 콜레스테 헬프(紅麹コレステヘルプ)’다. 고바야시제약은 홈페이지를 통해 이같은 사실을 밝히며 제품 섭취와의 인과관계를 확인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앞서 고바야시제약 측은 지난 22일 자사가 판매한 3종류의 홍국 성분 제품이 신장병을 유발할 수 있다며 이에 대한 리콜 조치를 발표한 바 있다. 이 제품을 섭취하고 신장병을 일으켜 입원한 환자는 지난 25일까지 26명이 확인됐는데, 이 중 6명이 입원했고 2명은 인공 투석이 필요한 상태였다.
NHK에 따르면 이후에도 계속 신고가 이어져 사망자 소식이 전해진 26일까지 50명의 입원이 추가로 밝혀졌다. 즉 현재까지 해당 제품 섭취 후 76명이 입원해 있는 셈이다.
일본 식품안전위원회에 따르면 유럽에서도 이미 2014년 홍국 성분의 건강식품과 관련된 피해가 보고된 적이 있다. 홍국균이 곰팡이 독소인 '시트리닌'을 생성하는 경우도 있어 유럽연합(EU)이 기준치를 설정해두고 있다.
고바야시제약 측은 문제가 된 제품의 성분을 분석한 결과 '시트리닌'은 검출되지 않았으며, 일부 원료에 의도치 않은 성분이 포함됐을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다고 밝혔다. 정확한 원인을 특정하는 데까지 1~2개월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 내에서는 제조사 측의 ‘늑장 대응’을 비난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지난 2월 상순까지 피해자들로부터 신고가 있었지만 1개월 이상이 지난 뒤에야 리콜 조치가 됐다는 것이다. 제조사 측은 또한 문제가 된 홍국 성분을 52개 식품·의약품 제조사에 원료로 공급하고 있으면서도 정확한 업체명을 공개하지 않았다.
다케미 게이조(武見敬三) 후생노동상은 이날 각의(국무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고바야시 제약이 "원인 규명조사를 하는 동안 행정에 정보 제공을 하지 않은 데 유감"이라고 밝혔다. 또한 "오사카 시 등과 협력해 피해 확대 방지를 도모하고 국민의 건강, 식품의 안전을 지켜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홍국을 이용해 생산된 다른 제품에도 비상이 걸렸다. 고바야시제약이 제조한 홍국 원료를 구입해 된장과 술, 낫토 등의 제품을 만든 업체들은 물론, 다른 홍국 관련 제품을 판매 중인 회사들도 리콜에 나서고 있다. 홍국을 사용한 콩과자 등을 판매해 온 업체에서도 판매를 중단하고 있다. 일본 소비자청은 고바야시제약을 비롯한 관련 업체들에 대해 제품의 안전성을 재검증해 보고하도록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