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은행의 대손비용은 전년동기 대비 55.6% 가량 증가했지만, 같은기간 대손충당금적립률은 전년동기 대비 15.0%포인트 하락하며 '아이러니'한 현상이 발생했다. 금융당국은 대손충당금적립률 산출 시 분모에 부실채권 잔액이 포함되는데, 일부 특수은행들의 부실채권이 늘어난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금융권 일각에선 지난해 태영건설 워크아웃(기업 개선 작업) 이슈 탓에 주채권단인 산업은행의 부실채권이 크게 증가한 영향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지난 21일 '지난해 말 기준 국내은행 대손충당금적립률 현황'을 발표하고 국내은행의 대손충당금적립률이 212.2%라고 밝혔다. 이는 전년동기 대비 15.0%포인트, 전분기말 대비 3.0%포인트 하락한 수치다. 지난주 금감원에서 발표된 '지난해 국내은행 영업실적 현황' 내 대손비용이 전년 대비 55.6%가량 증가한 수치와 상반된 결과가 도출된 것이다. 대손비용은 금융기관이 대출·채무에 따른 손실에 대비하기 위해 미리 설정해 놓은 금액을 말한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경기회복 지연에 따른 금융권 부실 우려가 커지면서 국내은행의 대손비용이 전년 대비 3조6000억원(55.6%) 증가한 10조원이라고 추산했다.
특히 특수은행에서의 부실채권 증가 영향이 크게 작용했다는 평가다. 실제 지난해 은행별 부실채권비율을 살펴보면 △시중은행 0.26% △지방은행 0.53% △인터넷은행 0.67% △특수은행 0.76%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특수은행들의 대손충당금적립비율도 200.8%로 전분기 대비 12.6%포인트 감소했다. 시중은행(237.2%)·지방은행(196.5%)·인터넷은행(232.5%)의 대손충당금적립비율이 전분기 대비 각각 14.3%포인트, 1.4%포인트, 6.9%포인트 오른 것과 대비되는 행보다.
무엇보다 산업은행의 대손충당금적립비율(236.7%)이 특수은행 중 가장 큰 폭으로 감소한 점이 눈에 띈다. 지난해 산은의 대손충당금적립비율은 236.7%로 전년동기 대비 128.4%포인트나 감소했다. 금융권에선 산은이 태영건설의 주채권단인 만큼, 지난해 하반기 태영건설 워크아웃 과정에서의 부실채권 규모가 늘어난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신용평가업계는 지난해 초 태영건설에 대한 직접·프로젝트파이낸싱 익스포저(위험노출액) 규모를 총 1조원대 규모로 추산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