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일 내년도 의과대학 학생 정원을 기존보다 2000명 늘리는 것으로 확정했다. 그간 정원 확대를 반대해 온 의료계도 거센 반발을 예고한 가운데 의정 갈등은 최고조에 달할 전망이다.
정부는 이날 오후 2000명 증원을 핵심으로 한 2025학년도 의대 입학정원 대학별 배정 결과를 발표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 자리에서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며 "의료계가 고민하는 부분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들었다"면서도 "인력 자체를 충원하는 작업 없이는 국민에게 의료 서비스를 충분히 공급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짚었다.
정부가 의대 정원 확대 세부 계획을 발표하면서 의료계 반발은 한층 더 거세질 전망이다. 의료계는 증원 문제를 두고 지난달 19일부터 정부와 강대강 대치를 이어가고 있다.
정부 발표 직후 의대생 대표로 구성된 대한의과대·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는 증원 규모가 2000명인 근거를 대라며 반발했다. 의대협은 성명서를 통해 "근거를 공개하라는 말에 보건복지부는 '공개할 수 없다'면서 '증원 규모를 뒤집으려면 과학적 근거를 제시하라'는 적반하장의 입장을 고수했다"며 어디에도 정부를 신뢰할 근거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어 "정부의 일방적인 발표를 절대 인정하지 않으며 학생들은 물러나지 않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한의사협회(의협)도 비판 수위를 높였다. 주수호 의협 비상대책위원회 언론홍보위원장은 이날 오전 전공의들의 집단행동을 부추긴 혐의로 경찰에 출석하며 "오늘부터 14만 의사의 의지를 모아 윤석열 정권 퇴진 운동에 나설 것"이라며 "필요하다면 정치권과 연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같은 날 경찰에서 소환 조사를 받은 박명하 의협 비대위 조직강화위원장은 의대 정원 배분 비율이 수도권 20%, 지방 80%라는 점을 언급하며 "정부가 폭력적으로 밀어붙이는 이유는 명확하다"면서 "지방에 정원을 집중 배치하면 지방에 있는 국민이 (총선에서) 지지해 줄 거라고 믿는 얄팍한 속셈 때문"이라고 일갈했다.
의대 교수들 반발도 확산하고 있다. 이른바 '빅5 병원'을 운영하는 서울대·연세대·가톨릭대·성균관대·울산대 등 5개 의대 교수 전원은 사직서 제출을 결의했다. 연세대 의대 교수들은 이날 별도 성명을 내고 "우리나라 의사 교육을 후진국 수준으로 추락시켜 흑역사의 서막을 여는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의대 정원이 대폭 늘어난 지자체에선 환영의 목소리가 나왔다. 김영환 충북지사는 이날 "충북의 열악한 의료환경 개선과 지역균형발전 실현, 교육개혁의 새로운 전기가 마련된 역사적인 날"이라고 평가했다. 박형준 부산시장도 "지역에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필수의료 분야 혁신의 마중물이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