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불황으로 어려움을 겪는 공공기관들이 공사대금·임금 미지급 등으로 법정 다툼까지 벌이며 이중고를 겪고 있다. 피소 건수와 소송가액도 증가세라 경영 부담이 가중되는 양상이다.
농어촌공사의 경우 패소를 예상해 쌓아 놓은 충당금만 순이익의 3분의 1 이상이라 재정 건전성 악화까지 우려된다.
규모가 가장 큰 곳은 농어촌공사로 소송가액은 548억300만원(11건)에 달했다. 이 가운데 공사대금 관련 소송(242억8900만원)이 절반 정도였다. 농어촌공사는 쌍용건설, 한라 등과 소송전을 벌이고 있으며 관련 소송가액은 146억원 정도다. 공사 일정 지연에 따른 계약 파기 등 사유로 소송이 이어지고 있다는 게 공사 측 설명이다.
농어촌공사 관계자는 "공사가 관리하는 시설이 많다 보니 소송 건도 다양하다"며 "종결된 건은 없는데 신규 건이 늘어나 (전체 소송 건수가) 전기 말 대비 늘어난 것"이라고 말했다.
법정 다툼 확대는 경영 부담으로 직결된다. 농어촌공사는 전체 소송가액 중 77억5987만원을 충당부채로 설정한 상태다. 충당부채는 손실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해 미리 적립해 놓은 자금이다. 지난 2022년 결산 기준 농어촌공사의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206억3700만원과 222억800만원이었다. 순익의 35% 정도가 패소에 따른 배상금 등으로 지출된다는 얘기다.
농어촌공사에 이어 부산항만공사와 근로복지공단, 가스안전공사 등도 대규모 소송전에 시달리고 있다. 피소된 소송가액은 각각 358억(11건), 340억(38건), 252억원(10건)이었다. 부산항만공사와 근로복지공단은 정산금과 임금 미지급 건이 대다수였고 가스안전공사는 수소 폭발 사고에 대한 피해 보상 건이 많았다. 충당부채는 소송가액의 1~10% 수준이었다.
소송가액과 건수가 계속 늘고 있는 것도 문제다. 농어촌공사의 경우 2022년 말 기준 8건에 소송가액 333억1800만원이었는데 1년 새 소송가액이 200억원 이상 불어났고 건수도 3건 증가했다. 가스안전공사도 2021년 105억원(11건)에서 2022년 237억원(12건), 지난해 252억원(10건) 등으로 증가세다.
이에 따라 충당부채와 우발채무(일정 조건 시 의무가 발생하는 채무)도 늘 수밖에 없어 재정 건전성 악화 가능성이 지적된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소송 중인 사건은 결과를 예단해 경영평가에 반영하기 어렵다"면서도 "재무제표에 우발채무 충당금이 많이 잡히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충당금을 포함한 부채 규모는 경영평가 대상이라 부채가 많아지면 감점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