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스튜어드십 코드 가이드라인을 개정하며 국민연금을 비롯한 주요 기관투자자들에 대해 프로그램 동참을 요구하고 나섰다. 같은 날 운용 기금 1000조원 시대를 맞은 국민연금 측은 "(밸류업 관련) 구체적 방안이 나와야 참여 방안을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히며 다소 온도 차를 보였다.
금융위원회는 14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기업 밸류업 지원 방안 관련 기관투자자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국민연금공단, 공무원연금공단, 우정사업본부 등 주요 연기금과 함께 자산운용사·보험사·증권사 등 기관투자자, 한국거래소, 금융감독원, 한국ESG기준원, 자본시장연구원 등 유관기관이 참석했다.
금융위는 기관투자자들이 적극적으로 밸류업 프로그램에 참여하도록 하기 위해 스튜어드십 코드 가이드라인을 개정할 방침이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기관투자자의 수탁자 책임에 관한 원칙’으로 기관투자자가 이행해야 할 7가지 원칙이다. 한국 스튜어드십 코드는 현재 4대 연기금, 125개 운용사 등을 포함하여 222개 기관이 참여하고 있다.
참석자들도 밸류업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박현상 공무원연금공단 주식운용팀장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성공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기관투자자로서 적극 협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국거래소는 기업가치 우수 기업을 중심으로 기업가치 제고가 기대되는 기업까지 편입하는 코리아 밸류업 지수를 개발 중이라고 말했다. 밸류업 프로그램 참여 우수기업에 대해서는 편입 우대 혜택을 제공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황선오 금융감독원 부원장보는 “기업 밸류업 방안이 실효성 있게 운영될 수 있도록 금융감독원도 적극 지원할 예정”이라며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한 다양한 정책 과제에 대해서도 깊이 있게 검토해 나갈 예정”이라고 언급했다.
이날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는 서울북부지역본부 회의실에서 기금 운용 성과를 주제로 기자간담회를 진행했다. 구체적인 밸류업 프로그램 참여 방법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국민연금 측은 "구체적인 지원 방안이 나온 뒤 자본 투입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석원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전략부문장은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기 위한 밸류업 방향성은 저희도 적극 공감하는 부분이지만 아직 구체적인 방안이 나오지 않았다"며 "밸류업 프로그램 지원 방안이 구체적으로 밝혀져야 그 내용을 검토해서 자본을 투입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증시 부양 목적을 지원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연기금의 한국 주식 비중을 늘리는 것은 의사 결정 구조상 제약이 있다고 말했다. 기금 운용 단계별 시나리오를 포함한 장기재정추계(5차)에 따르면 국내 증시 투자 비중을 늘리면 향후 자산 매각 시점에 증시에 오히려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서원주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장은 "단기 성과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장기적 시야로 금융시장 리스크를 살피고 대응해 나갈 것"이라며 "국민의 소중한 노후 자금이 안정적으로 운용되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