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의과대학 교수들의 집단 사직이 가시화되면서 의료 시스템이 붕괴할 위기에 봉착했다. 현재 전공의가 대거 이탈한 대학병원들은 의대 교수들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상황이다. 그러나 교수들의 집단 사퇴 예고도 나온 만큼 의료현장의 혼란이 가속화될 거란 우려가 나온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1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기자회견을 열고 "환자의 생명을 위태롭게 하는 것은 제자를 지키는 방법이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금은 환자를 떠난 전공의들을 의료 현장으로 돌아오도록 설득할 때"라며 "(교수들마저) 환자의 생명을 버린다면 의료 현장에 남아 있는 제자들과 국민을 잃게 될 것"이라 했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는 이날 저녁 온라인 회의를 열고 교수들의 집단행동 여부 등을 놓고 논의할 예정이다. 전의교협과 별개로 전국 19개 의대 교수는 지난 12일 '전국 의과대학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를 결성하고, 15일까지 사직서 제출 여부에 대한 논의를 마치기로 했다.
의대 교수들의 집단 사직 예고에 환자들 사이에서는 우려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의사 집단행동 피해신고·지원센터에 따르면 지난달 19일부터 전날까지 집계된 피해신고 접수 건수는 492건이었다. 그중 수술 지연은 342건, 진료 취소는 85건, 진료 거절과 입원 지연은 각각 44건, 21건이다.
다만 교수들이 사직서를 제출하더라도 곧바로 병원을 떠나지 않을 거란 분석도 나온다. 사직서를 내더라도 병원장이 수리하지 않으면 효력이 발생하지 않기 때문이다. 비대위 측은 비대위 결성 당시 "사직서를 제출하더라도 실제 병원과 학교에서 사직서를 수리할 때까진 환자 진료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 말했다.
법적 다툼도 본격화했다. 서울행정법원은 이날 오후 전국 33개 의대 교수협의회 대표가 복지부 장관과 교육부 장관을 상대로 낸 의대 정원 증원 처분에 대한 집행정지 신청 첫 심문기일을 열었다.
의대 정원 증원을 둘러싼 강대강 대치가 이어지고 있지만 정부는 증원 배분 작업을 조만간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내년도 의대 증원 인원 2000명 중 80%(1200명)는 비수도권 의대에, 나머지 20%(400명)는 수도권에 배분할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