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말 카타르 도하를 다녀왔다. 최근 월드컵 개최 등으로 유명해진 스포츠 관련은 아니다. 양국 간 스마트팜 분야 협력을 위해서다. 지난해 10월 윤석열 대통령과 타밈 카타르 국왕 임석하에 체결한 한·카타르 스마트팜 협력 양해각서(MOU)의 후속 조치였다. 카타르가 한국과 스마트팜에 협력하는 데 관심을 갖는 이유는 그들의 역사에 기인한다.
카타르는 2017년 테러 단체를 지원한다는 이유로 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UAE)·이집트 등 인근 국가와 단교하는 위기를 겪었다. 국경이 막히자 수입에 의존하던 식량 안보에 심각한 문제가 생겼다. 카타르는 이를 계기로 국가적인 관심을 가지고 식량 안보 강화 정책을 추진했다. 사막에서도 농산물을 재배할 수 있는 스마트팜에 투자하기 시작했다. 민간 분야도 움직였다. 70년 역사의 카타르 최대 농산물 유통기업 아그리코가 스마트팜을 통한 국내 농산물 재배를 시작했다. 카타르는 지금 국가식량안보전략(2024~2030)을 수립 중이다. 이 과정에서 우리나라와 긴밀히 협력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이번 제1차 한·카타르 스마트팜 협력위원회에서 한국은 스마트농업 정책과 기술을 소개하고 양국 간 협력 방안을 제안했다. 카타르 측은 혹서기 재배기간 연장을 위한 필름소재, 병해충 방제 로봇, 농산물 수확 후 저장, 물 이용 효율화 등 우리 기술에 많은 관심을 표했다. 미래 농업의 주역인 청년농에게 스마트팜 기술을 교육하는 스마트팜 혁신밸리에 대해서도 궁금해 했다. 이러한 카타르 측 관심 사항을 구체적인 협력 사업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상반기 중 카타르 경제실무단이 한국에 오기로 했다. 카타르 민간 기업과 투자 기관도 포함될 것으로 기대된다. 카타르 측에 스마트팜 혁신밸리 등 K-스마트농업 기술을 직접 보여줄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이번 출장 중 방문한 아그리코의 스마트팜에는 다양한 국적의 설비와 인력이 투입되고 있었다. 한국 기업 A사도 구체적인 스마트팜 사업 협력을 논의 중이다. 중동 지역에 스마트팜 한류 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걸 느꼈다. 이제는 네덜란드 등 우리보다 기술력이 앞선 국가들과 경쟁해야 한다. 스마트팜 선두 주자들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민간이 한 팀이 돼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중동과 같은 왕정 국가에 대해서는 민관 파트너십이 더욱 중요하다. 카타르 등 중동 국가들은 문화, 역사 등 여러 가지로 우리와 많이 다르다. 하지만 식량 안보 강화를 위해 스마트팜을 확산하고자 하는 점은 공통된다. 중동에서 시작된 스마트팜 한류 바람이 민관 협력을 통해 우리 스마트팜 수출 확대로 이어질 수 있도록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