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플러스] 기업 노력에 맡긴 'K증시 밸류업'… 증권가 "추가 지원안 기대"

2024-02-2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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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법 '이사 충실의무 조항' 개정

상속세 감면 등 강력 대책 없이

우수기업 표창·세제 혜택에 그쳐

개인 투자자·기업들 실망감 역력

베일에 가려졌던 '기업 밸류업 지원 방안' 초안이 공개됐다. 국내 기업의 자율 참여를 기본 원칙으로 하면서 여러 인센티브 제공을 통해 자발적인 기업가치 제고를 독려하겠다는 게 핵심 골자다.

기업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통해 우리 증시 체질을 개선한다는 의도는 높게 평가받고 있지만 주요 시장 참여자들 사이에서는 실망감이 역력히 드러나고 있다. 개인투자자와 기업의 주된 관심사였던 상법과 세법 개정에 대한 내용이 빠졌기 때문이다. 시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보다 전향적인 대책이 추후 담겨야 한다는 데 의견이 모이고 있다.
그래픽아주경제
[그래픽=아주경제]
소액주주 "상법 개정 없으면 밸류업 실효성 없다" 
26일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업 밸류업 지원 방안 관련 브리핑에서 "우리 자본시장의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극복하고 한 단계 더욱 발전하려면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기업 스스로의 노력이 필요하고 이를 지원하기 위해 정부와 유관기관이 함께 기업 밸류업 지원 방안을 마련해 추진하고자 한다"며 주요 내용에 대해 설명했다.

이번 발표에서는 △상장기업의 자발적 기업가치 제고 △기업가치 우수기업에 대한 시장평가 및 투자 유도 △밸류업 지원체계 구축 등 큰 틀의 윤곽과 정책 방향성이 제시됐고 세부안은 시장 참여자 의견을 수렴해 오는 6월 확정하기로 했다.

초안만 발표했지만 증권가에서는 출발 자체가 너무 소극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개인투자자들 사이에 볼멘소리가 들린다. 발표 전부터 소액주주들 사이에 개정 기대감이 높았던 상법 '제388조의3(이사의 충실의무)'에 대한 언급이 없었기 때문이다.

개인투자자들이 강력하게 개정을 요구하는 상법 제388조3은 "이사는 법령과 정관의 규정에 따라 '회사'를 위하여 그 직무를 충실하게 수행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개인투자자들은 주주권 보호를 위해 이를 "이사는 법령과 정관의 규정에 따라 주주의 '비례적 이익과 회사'를 위해 그 직무를 충실하게 수행해야 한다"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를 통해 소액주주, 대주주 모두 동등하게 1주당 가치에 대한 권리와 지위를 향유해야 한다는 것이다.

개인투자자들의 상법 개정 요구는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사태로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당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 비율이 1대 0.35로 산출되자 강제로 3분의 1가량 감자를 당한 삼성물산 소액주주들이 들고 일어선 것이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연합회 대표는 "자본시장 전문가들을 포함해 소액주주까지 상법의 이사 충실의무 조항 개정이 우리 주식시장을 극적으로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제1 명제라고 생각한다"며 "물론 5월에 예정된 2차 방안이 남아 있기는 하지만 이번에 나온 대책은 미흡하고 기대치에 부응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상속세율 낮춰야 주가 부양 기대
기업들도 실망한 기색을 내비치고 있다. 금융당국이 밸류업 프로그램 참여를 유도하는 세정 지원책을 내놨지만 핵심인 상속세 감면 등 내용은 다루지 않았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인센티브로 매년 5월 우수 기업을 표창하기로 했다. 표창을 받은 기업은 '모범 납세자 선정 우대(선정 시 표창일로부터 3년간 세무조사 유예)'를 포함해 △연구개발(R&D 세액 공제 사전심사 우대) △법인세 공제 또는 감면 컨설팅 우대 △부가가치세·법인세 경정 청구 우대 △가업승계 컨설팅 등 5가지 세정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초미의 관심사로 꼽힌 상속세율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기업가들 사이에서 상속세는 주가 부양을 저해하는 장애물로 인식되고 있다. 이는 세율 및 상속세 산출 방식과 관련이 깊다. 현행 최고 상속세율은 50%다. 기업 승계 시에는 최대주주의 주식 가격에 20%를 가산하여 과세하는 규정에 따라 최고 60%까지 적용된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 상속세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중 1위가 된다. 최고 상속세율인 50% 기준으로 봐도 일본(55%)에 이은 2위다. OECD 평균은 30% 수준이다. 기업 경영권이 수반된 승계(60%)는 2배가량 높은 수준이다. 

상속을 앞둔 최대주주 입장에서는 과세표준 하락을 고심할 수밖에 없게 된다. 재원 확보를 위해서는 인위적으로 주가를 낮추는 방법이 유일하다. 상속세·증여세법은 산출 기준을 상속 개시일 전후 2개월 마감가 평균 가액으로 잡는다.

주가가 내릴수록 내야 하는 상속세도 적어지다 보니 굳이 주가를 끌어올릴 필요가 없다. 상속세가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주범으로 불리는 이유 중 하나다. 

이준서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26일 한국거래소 서울사옥에서 열린 '한국 증시 도약을 위한 기업 밸류업 지원 방안 1차 세미나'에서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높은 기업에 상속세를 감면해주는 전향적인 방안을 찾는 게 적절할 수 있다"며 "일본은 PBR 1배가 안 되면 상속세 증여 시 시가가 아닌 장부가로 과표하고 0.5배면 과표가 2배를 적용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는 페널티(제재)를 주는 것"이라며 "우리 차별점이 페널티가 아닌 인센티브라면 해당 기업 PBR이 산업평균보다 높으면 상속세를 조금 감면해 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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