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정치권에 따르면 획정위는 지난해 12월 선거구 획정안을 제시했다. 인구가 줄어든 6개 선거구를 통합하고, 인구가 많은 6개 선거구는 분구하는 내용이다. 서울과 전라북도에서 의석을 1개씩 줄이고, 인천과 경기에서 1개씩 늘리는 방안도 포함됐다.
국민의힘은 획정위 방안을 따라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전북이 아닌 부산에서 의석수 1개를 줄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민의힘 텃밭인 서울 강남과 부산은 그대로 두면서 서울과 전북 의석수를 줄이는 안은 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획정위는 데드라인을 재외 선거인 명부 작성이 시작되는 이달 21일로 정한 상태다. 그러나 양측은 여전히 입장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지난 14일 열린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도 여야 간사가 협상을 시도했지만, 끝내 입장 차를 좁히지 못했다.
김진표 국회의장도 지난 19일 2월 임시국회 개회사에서 "총선에 적용될 선거제와 선거구 획정을 두고 4년마다 반복되는 파행은 국민의 참정권을 침해하는 일"이라며 "이러한 상황을 개선하지 않고 또 다시 4년 후 총선까지 방치한다면,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여야가 임시국회 마지막 본회의인 이달 29일까지 획정안에 합의하지 못할 경우, 다음달 임시국회를 별도 소집해야 한다. 최악의 경우 역대 가장 늦은 선거구 획정에 이름을 올릴 가능성도 점쳐진다.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국회는 선거일 전 1년 전까지 선거구를 확정해야 한다. 반면 역대 선거구 획정일을 살펴보면 △17대 총선은 선거 37일 전 △18대 47일 전 △19대 44일 전 △20대 42일 전 △21대 39일 전이었다.
선거구 획정이 지연될수록 정치 신인들에게는 악재로 작용한다. 현역 의원들은 각종 의정보고회 등을 통해 선거구에서 자신을 널릴 알릴 기회가 많다. 하지만 정치 신인들은 어느 선거구로 출마할지 불확실한 상황에서 홍보 활동을 본격적으로 할 수 없기 때문에 불평등한 사태가 장시간 초래된다.
일각에서는 공직선거법이 규정한 선거구 획정 시한이 현실성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공직선거법은 거의 사문화 됐다"며 "선거구 획정 지연은 결국 양당이 서로 일말의 손해도 안 보려고 하기 때문이다. 두 거대 양당의 갑질"이라고 지적했다.
현실이 이러니 공직선거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법에서 규정한 선거일 전 1년까지도 여야가 선거구를 결정짓지 못하면 획정위가 직접 선거구를 정하자는 것이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선거구는 최소한 1년 전에는 마무리를 해야 유권자들이 본인 지역구에 누가 오는지 알 수 있다"며 "정치 신인들도 예비 선거 등록 전에도 미리 준비할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것은 공정한 게임 룰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선거구 획정과 같은 정치권 이해관계가 맞물려 있는 제도에 대해서는 민간 기구에서 논의한 안이 최대한 반영되는 방식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