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단체장 업추비 부실-⑧] '인구 9000' 울릉군수, 식사·선물비로 연간 억대 '펑펑'…업추비 관리는 '불투명'

2024-02-1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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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업추비 1억4060만원 지출…지자체 규모 대비 과도

한 끼 평균 식사비 40만원 대…직원격려·접대비 목적

연 선물비 3000만원 쓰면서 지급관리대장 작성 안 해

시간·인원·세부목적 미기재 등 지출 내역 관리도 부실

울릉군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업무추진비 사용의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해 규정을 보완하고 홈페이지에 공개하도록 하는 등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쪼개기 결제' '인원 조작' 등 편법·부정 사용이 공공연하고 모니터링이나 감시는 미흡하다는 지적이 여전하다. 아주경제는 전국 기초자치단체장의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을 전수조사해 그 실태를 분석해 봤다. <편집자 주>

인구 9000명 섬으로 전국에서 가장 작은 지자체를 관할하는 남한권 경북 울릉군수가 지난해 업무추진비로 1억4000만원을 집행한 것으로 드러나 지출이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남 군수는 작년 4분기 한 끼당 평균 식사비가 40만원을 넘을 정도로 씀씀이가 지나치게 큰 것으로 나타났다. 업무추진비 관리는 투명성과는 거리가 멀었고, 업추비 훈령 등 규정 역시 위반하고 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15일 아주경제가 울릉군수 업무추진비 집행 내역을 검토해 보니 지난해 남 군수에게 책정된 업무추진비 예산은 2억993만원으로 이 중 1억4060만원을 집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울릉군은 지난해 말 기준 인구가 9077명에 불과해 전국 226개 기초자치단체 중 가장 인구가 적다. 서울시 양천구 목1동 3만273명, 동작구 사당1동 2만2542명인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울릉군은 대도시 일개 동 단위보다 훨씬 작을 정도로 초미니 지자체지만 단체장 업무추진비 씀씀이만큼은 규모에 비해 지나치게 과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례로 울릉군 인구는 시 단위 기초자치단체인 경기 여주시 11만4400명 대비 12분의 1에 불과하지만 단체장 업무추진비는 여주시장 연간 지출액 1억440만원보다 1.35배 더 많이 지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시 인구는 938만명으로 울릉군에 비해 무려 1034배에 달하지만 지난해 서울시장 업추비 지출액은 3억2997만원으로 남 군수 지출액보다 겨우 2.3배 많다는 점도 울릉군수가 업무추진비를 과도하게 쓰고 있다는 근거를 뒷받침해 준다.

본지가 지난해 울릉군수 업무추진비 집행 내역을 종합한 결과 남 군수는 억대에 달하는 업무추진비 지출 대부분을 식사비와 선물비로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남한권 울릉군수의 지난해 4분기 업무추진비 집행내역 일부 업무추진비 집행내역에 시간 인원 등이 명기돼 있지 않고 지출 목적 역시 구체적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남 군수는 해당 기간동안 총 4067만1000원을 지출했고 이 중 2472만3000원을 식사비로 썼다 해당 기간 식사비 지출은 총 58회로 1회 당 평균 식사비 지출액은 42만6258원으로 파악됐다 자료울릉군
남한권 울릉군수의 지난해 4분기 업무추진비 집행내역 일부. 업무추진비 집행내역에 시간, 인원 등이 명기돼 있지 않고 지출 목적 역시 구체적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남 군수는 해당 기간 동안 총 4067만1000원을 지출했고 이 중 2472만3000원을 식사비로 썼다. 해당 기간 식사비 지출은 총 58회로 1회 당 평균 식사비 지출액은 42만6258원으로 파악됐다. [자료=울릉군]
실제 남 군수는 지난해 10월부터 12월까지 3개월간 업무추진비로 총 4067만1000원을 지출했는데 이 중 2472만3000원이 식사비로 확인됐다. 해당 기간 식사비 지출은 총 58회로 1회당 평균 식사비 지출액은 42만6258원으로 드러났다. 대부분 업무 추진 목적 접대비나 직원 격려 간담회 목적이었다. 

남 군수는 선물비 연간 약 3000만원을 지출하고 있는 것으로도 나타났다. 

남 군수가 지난해 지역 홍보 목적 특산품 구입비는 무려 2946만8000원으로 전체 업추비 집행액의 21%에 달했다. 남 군수는 2023년 1분기 646만5000원, 2분기 857만원, 3분기 1233만5000원, 4분기 209만8000원을 선물비로 썼다.

이에 대해 울릉군은 지역 특산품 홍보를 위해 울릉군을 방문한 인사에게 명이절임·부지갱이·미역취·호박엿·문어·미역 등 5만원 가량인 선물세트를 증정하고 있다면서도 인구 규모로만 타 지자체와 특산품 구입 금액을 비교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항변했다.

울릉군 관계자는 “2023년은 울릉군 최초 국가행사인 ‘섬의 날’ 준비 등을 위하여 평년 대비 지역 특산물 구입이 많았다”며 “지역경제 활성화와 지역 특산품 홍보를 위해 울릉군을 방문한 주요 인사들에게 특산품을 구입해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더 큰 문제는 남 군수가 선물비로 연간 약 3000만원을 지출하면서 지급관리대장을 작성하지 않아 선물을 누구에게 몇 개를 전달했는지 투명하게 관리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행정안전부 ‘지방자치단체 회계관리에 관한 훈령’에 따르면 업무추진비로 상품권, 기념품, 특산품 등을 구매했을 때에는 지급관리대장에 지급 일시, 대상자, 수량을 기재해 결재를 받아 관리함으로써 사적으로 사용되지 않도록 해야 하는데 규정을 위반하고 있는 것이다.

매 분기 공개하는 업무추진비 지출 내역도 불투명하고 부실하게 관리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남 군수가 공개한 업무추진비 집행 내역에 따르면 훈령상 필수기재 사항인 업추비 사용시간, 인원수를 기재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훈령에 따르면 지자체는 업추비 공개 시 건별 사용 일시, 장소, 대상 인원수, 금액, 결제방법 등 세부 항목을 구체적으로 공개하도록 규정돼 있는 데 이를 어기고 있는 것이다.

건당 식사비로 평균 40만원 넘게 쓰면서 사용 목적 역시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은 점도 불투명 관리의 대표적 사례다. 남 군수는 간담회 등을 목적으로 식사비를 지출하며 구체적 세부 목적을 명시하지 않은 채 ‘시책업무추진에 따른 간담회’, ‘현안 업무 추진에 따른 간담회’, ‘현안 업무 추진 직원격려 간담회 개최’ 등으로 일괄 표기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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