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공명은 보이스피싱 조직에 납치돼 범죄에 가담하는 대학생 '재민'을 연기했다. 영화 '극한 직업' '킬링 로맨스' 등을 통해 유머러스하고 사랑스러운 매력을 보여주었던 그는 '재민' 역으로 보다 입체적인 면면들을 드러냈다.
"'재민'은 범죄 조직에 속해있지만, 적극적으로 (범죄조직 소탕을) 도우려고 하는 역할이잖아요. '덕희' 일행들과도 (연기) 톤이 완전히 다르기도 하고요. 배우로서 '매력적이다'라고 느낄만한 캐릭터였어요. 또 전작들과는 다른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욕심 나는 캐릭터였죠."
공명은 과거 출연작들을 언급하며 "밝으면서도 맑은 데가 있는 캐릭터들을 많이 맡았다"고 자평했다. 그는 '시민덕희'와 '재민'이라면 기존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으리라 생각했고 한편으로 자신감도 가지고 있었다.
"기존 이미지를 탈피하겠다는 마음으로 '재민'을 선택한 건 아니였어요. '연기 변신을 하고 말겠어' '밝은 캐릭터는 더 이상 안 할래' 그런 생각으로 임한 건 아니에요. 다만 '재민'으로 하여금 제게 또 다른 새로운 모습을 끌어낼 수 있겠다고 판단한 거죠. 배우로서 욕심이 났던 거예요."
고액 아르바이트라는 말에 속아 중국에 입성한 '재민' 범죄조직의 협박과 폭력에 나날이 쇠약해져간다. '재민'은 자신에게 속아 전 재산을 잃은 '덕희'에게서 아이러니하게도 희망을 발견하고 그에게 은밀히 구조 요청을 보낸다.
"만약 제가 '재민'의 상황이었다면…. 상상만 해도 정말 무섭네요. 저였다면 '재민'처럼 행동하지 못했을 거예요. 무너졌을 수도 있겠죠. '재민'을 연기할 때도 그를 '히어로'처럼 생각하고 접근하지 않았어요. 평범한 대학생이라고 생각했고 '덕희'로 용기 낼 수 있었다는 걸 강조하고자 했죠."
공명은 '재민'의 심리 변화에 주목했다. 한정적인 공간 안에서 '재민'이 겪는 상황들을 그려내며 입체적인 면면들을 강조하고자 했다.
"'덕희'에게 용기를 얻고 증거를 모으기 위해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모습에서 심리 변화가 크다고 생각했어요. '재민'의 직책에 변화가 생기고 괴롭힘을 당하던 친구에게 폭력으로 응수하는 식의 장면이 '심리 변화'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생각해요. 또 대학생들을 속여 승합차에 태우는 모습도 '재민'의 고민이 느껴지는 신이었고요. 그런 게 어떤 심리 변화의 포인트였지 않았나 싶어요. 그런 '포인트'들을 효과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감독님과 많이 상의하며 찍었어요."
'시민덕희'는 피해자들이 겪는 고통뿐만 아니라 범죄 조직의 실상까지 짚어낸다. 박영주 감독은 보이스피싱이 얼마나 조직적이고 체계적으로 굴러가는지 보여주고자 했고 공명 역시 레퍼런스들을 참고하며 사실적으로 묘사하기 위해 애썼다.
"(캐릭터를 연구할 때) 고민이 많았어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보이스피싱'에 대한 이미지들이 있잖아요. 개그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과장된 말투나 표현들이요. (사실적인 표현을 위해) 실제 사례가 담긴 자료를 찾아보니 전혀 딴판이었어요. 아주 일상적이고 사무적이더라고요. 피해자들이 깜빡 속도록이요. 그런 레퍼러스들을 참고하면서 캐릭터를 만들었고 전화하는 장면들을 공들여 찍으려고 했어요."
공명은 지난 2021년 12월 육군 현역으로 입대해 약 1년 6개월간의 군복무를 마치고 대중 곁으로 왔다. 군 복무 기간 영화 '킬링 로맨스' '한산: 용의 출현' 등이 개봉했고 지난해 6월 제대 후 '시민덕희'로 관객들을 만나게 됐다.
"'극한직업' 이후 처음으로 무대인사를 하는 거더라고요. 관객들을 만나는 게 정말 오랜만이라 설레고 떨렸어요. 팬들이 정말 반가워하고 기뻐해 줘서 새삼 미안한 마음이 들더라고요. 무대 인사를 마치면 감사한 마음으로 일기를 쓰곤 해요. 감사한 마음으로 이 시간을 보내고 싶어요."
군대는 공명의 많은 부분을 변화시켰다. 그는 "배우 공명, 인간 공명으로 새로운 마음가짐을 가질 수 있었던 시간"이라고 설명했다.
"배우로서는 '감사함'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어요. '그동안 내가 하고 싶은, 할 수 있는 일들을 계속해서 할 수 있었던 거구나' 싶더라고요. 앞으로도 이 마음을 잃지 않고 감사한 마음으로 임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또 인간 공명, 김동현(본명)으로서는요. '진짜 나'를 알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생각해요. 제가 10년 넘게 '공명'이라는 이름으로 살다 보니까, '김동현으로서의 나는 누구지?'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었거든요. 복무 기간 동안 온전히 김동현으로 살았고 스스로에 대해서도 알 수 있었어요. 일도, 쉼도 더욱 건강하게 할 수 있도록 만들어준 시간 같아요."
공명은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앞으로는 쉬지 않고 일하고 싶다"라는 포부를 내놓았다. 군 복무 기간 쉬었던 기간을 빼곡하게 작품으로 채워 넣고 싶다는 부연이었다.
"20대 때는 '30대에는 더 좋은 배우가 되어야지' 생각하면서 보냈어요. 그러니 지금은 '40대에는 더 잘하는 배우가 되어야지' 생각하면서 일해야겠죠. 하하. 앞으로의 10년을 생각하면 조금 더 욕심내고 싶어요. 깊이 있는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하나를 하더라도 최선을 다하고 열심히 하는 건 당연하고요. 공명이라는 배우로서 깊이를 더해보자는 계획이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