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30일 오는 4월 총선 비례대표 선출 방식이 아직 정해지지 않은 이유에 대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라는 사람 하나만 딱 놓으면 모든 게 해석된다"고 꼬집었다.
한 위원장은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선거가 70일 남았다. 선거제를 정하지 못하고 있다. 누구 때문이냐"며 이같이 주장했다. 그는 "이건 의견이 아니라 팩트"라며 "민주당 때문이다. (이 대표) 스스로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병립형은 지역구 선거 결과와 관계없이 정당 득표율에 따라 비례대표 의석을 나누는 제도다. 연동형에 비해 이론적으로 국민의힘과 민주당 등 거대 양당에 유리하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득표율과 의석 수 간의 괴리를 줄이고자 고안됐지만 거대 양당이 각각 위성정당을 만들면서 의미가 퇴색됐다.
한 위원장은 민주당의 결정이 더뎌지는 이유를 놓고 "이 대표가 비례로 나오고 싶다는 것, 그리고 이 대표 주위 진영에서 (비례) 몫을 나눠 먹기 쉽게 하려는 것, 이 두 가지 니즈가 충돌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왜 국민이 민주당 눈치를 봐야 하는 건가"라며 "정신 차리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부끄러워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서울 중구·성동구 갑 출마를 선언한 윤희숙 전 의원의 대항마로 임종석 전 비서실장이 거론되는 상황에 대해 한 위원장은 "놀라운 건 임 전 실장이 거기 출마 못 할 수도 있겠더라"고 언급했다. 이는 민주당 내에서 불거진 친명계(친이재명계)와 친문계(친문재인계)간 공천 갈등을 겨냥한 발언이다.
한 위원장은 "이 대표의 민주당이 정신 차리고 운동권 특권정치를 종식하는 데 동참하려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더라"며 "운동권 특권정치조차도 만족하지 못하고, 개딸(개혁의 딸·이재명 민주당 대표 강성 지지자) 정치를 하겠다는 것"이라고 직격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이번 총선에서 이 대표를 지켜줄 사람끼리만 아주 소수정예로 모이겠다는 것 같다"며 "우리 당은 반대다. 자유민주주의에 찬성하는 입장이라면 다양한 생각을 가진 많은 분이 모여 국민 삶을 개선하는 게 목표"라고 강조했다.
한편 국민의힘은 지난 26일 위성정당 발기인 모집 절차를 개시하고 당 상징색과 당명 검토에 착수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29일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비록 위성정당 창당 준비에 들어가긴 했지만 이는 민주당의 폭거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일 뿐"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