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부동산 시장이 침체되면서 수도권에서 고가 아파트와 저가 아파트의 가격 격차가 2018년 이후 가장 크게 벌어지는 등 양극화 현상이 더욱 심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입지와 인프라 우수한 고가 아파트 가격은 크게 떨어지지 않거나 더 오르는 반면, 저가 아파트는 가격이 급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하락장에서 주택으로 인한 빈부 격차가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5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전국의 고·저가 아파트 가격 격차가 더욱 크게 확대되고 있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수도권 아파트의 5분위배율은 6.9배로 전달 대비 0.1배 늘었다. 이는 KB부동산이 관련 지표를 공개한 2018년 12월 이후 최대치다.
수도권 중에서도 서울이 양극화를 이끈 것으로 파악된다. 서울의 5분위배율은 지난해 10~12월 동안 4.9배로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0.4~0.7배 늘었다. 경기도는 4.6배, 인천광역시는 4.3배로 지난해 12월에 비해서 차이가 없거나 미미했다.
이는 최근 고·저가 아파트의 가격 하락 속도가 다른 탓으로 분석된다. 수도권 저가 아파트 평균가는 지난 2022년 12월 2억5946만원에서 지난해 12월 2억3565만원으로 9.18% 떨어졌다. 반면 같은 기간 고가 아파트 평균가격은 16억8820만원에서 16억1472만원으로 4.35% 하락에 그쳤다.
올해 1월도 이와 유사한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몇몇 고가 아파트들은 가격 하락을 방어하는 수준을 넘어 신고가에 거래되기도 했다. 실제 서울 강남구 삼성동 아이파크 전용면적 175.052㎡는 지난 9일 90억원에 매매거래가 이뤄져 신고가를 기록했다. 같은 크기가 지난해 7월 62억원에 거래된 것을 감안하면 6개월 만에 28억원(31.11%) 상승한 것이다.
반면 올해 1월에도 저가 아파트는 대부분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서울시 관악구 봉천동 WS타워 전용㎡ 19.63는 지난 12일 1억8000만원에 매각됐다. 같은 크기가 지난해 2월 2억3400만원에 거래된 것을 감안하면 11개월 만에 5400만원(23.08%) 떨어졌다.
부동산 전문가는 "상승장에서는 강남 등 서울 고가 아파트 가격부터 영향을 받아 오르지만 하락장이 시작되면 저가 아파트 가격부터 영향을 받아 떨어진다"며 "고가 아파트는 상승장에서 많이 오르고 하락장에서는 가장 늦게 떨어지는 경우가 많아 하락장일수록 부동산 자산의 양극화는 더 심해지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