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빅테크 기업 테슬라가 휘청이고 있다. 지난해 4분기 실적이 예상을 밑돈데 이어 올해 전망도 좋지 않다. 일각에서는 테슬라가 미국증시를 주도하는 빅테크 클럽 '매그니피센트(Magnificent) 7'에서 빠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24일(현지시간) CNBC·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테슬라의 지난해 4분기 매출과 주당순이익은 각각 251억 7000만 달러, 71센트를 기록했다. 이는 시장조사기관 LSEG가 예상한 매출 256억 달러(약 34조원 1000억원), 주당순이익 74센트를 크게 하회한 수치다.
시장은 올해 테슬라의 인도 차량분이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테슬라는 이날 이례적으로 올해 구체적인 차량 인도 목표량을 발표하지 않았다. 월가는 테슬라가 올해 220만대의 차량을 판매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보다 21% 늘어난 규모지만, 머스크 CEO가 설정한 목표인 매해 50% 인도량 증가를 크게 밑도는 것이다.
테슬라의 추락은 예고된 일이라는 게 시장의 평가다. 비싼 가격과 금리 인상 여파, 충전 문제 등으로 전기차 수요가 둔화되면서 테슬라의 성장도 주춤거리기 시작했다. 여기에 저가형 모델로 가격 경쟁력을 내세운 중국 전기차 업체 비야디(BYD)가 치고 올라왔다. 비야디는 지난해 중국 내수를 공략해 글로벌 전기차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이에 테슬라는 연이은 가격 인하로 맞섰지만 반격에 성공하지 못했다.
시장의 반응은 차갑기만 하다. 이날 테슬라의 주가는 장 마감 후 시간 외 거래에서 6%나 하락했다. 이날 종가 기준 테슬라 주가는 207 달러를 기록하며, 2개월 만에 '200 달러' 붕괴를 목전에 두고 있다.
현재 세계적으로 전기차 수요 둔화가 한동안 지속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주가가 2배 이상 오른 지난해와 상황이 다르다는 것이 시장의 중론이다. 전날 모건스탠리는 성장 둔화와 이윤 감소를 근거로 테슬라의 목표 주가를 380달러에서 345달러로 하향 조정하기도 했다.
테슬라의 저가형 전기차 출시 계획도 알려졌지만 주가 방어에는 실패했다. '레드우드'라는 암호로 불리는 해당 차량은 최저가 2만5000달러(약 3340만원)부터 시작하는 이른바 '보급형' 모델이다. 가격 경쟁력을 내세우는 중국 전기차 업체와 경쟁하기 위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시장 일각에서는 테슬라의 주가 하락세가 이어짐에 따라 '매그니피센트 7'가 재편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매그니피센트 7은 작년 미국증시 상승을 주도한 아마존, 애플, 알파벳, 엔비디아,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테슬라 등 7개 빅테크 기업을 부르는 말이다. 이들은 S&P 주가의 30%를 차지하고 있다.
이들 기업은 AI(인공지능)붐에 편승해 주가 상승 궤도에 올랐지만, 테슬라는 정반대의 행보를 보이는 상황이다. 실제 MS는 이날 시총 3조 달러를 돌파하고 메타는 시총 1조 달러를 넘어섰다. 엔비디아도 연초 대비 27% 이상 올랐다. 하지만 테슬라는 연초 대비 16% 떨어지며 우울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이날 기준 미국증시 시총 1~6위는 모두 다른 '매그니피센트 7' 기업들이 차지하고 있는 반면 테슬라는 8위로 처져 있다. '매그니피센트 7' 기업들 중 유일하게 시가총액이 1조 달러를 밑도는 기업이기도 하다.
미국 경제방송 진행자 짐 크레이머는 "테슬라가 다른 빅테크 기업들과 달리 성장 일시정지를 겪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미국 바이오 기업 일라이릴리가 테슬라의 빈자리를 치고 들어올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일라이릴리는 지난해 11월 식품의약청(FDA)의 허가를 받은 비만 치료제 젭바운드를 출시해 주목받고 있다. 현재 일라이릴리의 시총은 약 6000억 달러 수준이지만, 머지않은 시간에 1조 달러 클럽에 가입할 것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일라이릴리의 주가는 연초 대비 7%가량 상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