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다카이덩(請打開燈)!"
'불을 켜달라'는 명령에 자동으로 방안에 불이 들어온다. TV를 켜는 것도, 커튼을 여닫는 것도 모두 말 한마디면 가능하니,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에게 매우 편리하다.
"동마다 한곳씩" 요양시설 세우는 中베이징
센터 건너편 아파트 단지에 산다는 류씨는 "요양원 몇 군데서 살아봤지만, 대부분이 시내와 멀리 떨어져 있어서 불편했는데, 여기선 언제든 집에 왔다 갔다 할 수 있다"며 "친구들과 어울리고 가족도 만날 수 있어서 좋다"고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어 보였다.
올해 1월 1일 운영을 시작한 이곳은 베이징시 최초 근린 노인 요양 서비스 센터라고 베이징일보 등 현지 매체들이 보도했다. 총 3개 층에 1000㎡ 면적을 보유한 건물은 정부가 무상 임대로 제공하고, 베이징시 국유기업인 캉양그룹(康養集團)이 운영한다. 캉양그룹은 이곳에서 주민 식당은 물론, 노인 주민을 위한 학습 활동이나 취미·운동 생활을 지원하고 있다.
2층엔 14개 객실도 마련돼 류씨 같은 노인들은 장기 혹은 단기 체류가 가능하다. 가격대는 간병 수준에 따라 한달에 낮게는 7000위안(약 130만원)에서 높게는 1만4000위안까지 다양해 선택이 가능하다.
객실마다 음성 인식 서비스가 지원되는 것은 물론, 노인 전용 스마트 침대엔 의료 모니터링 시스템도 설치됐다. 센터 직원은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한 심장박동, 호흡, 체온, 수면 패턴 등 노인의 건강 상태 데이터가 차곡차곡 쌓여 맞춤형 돌봄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센터에서는 거동이 불편한 인근 노인 주민을 위한 방문 서비스도 제공한다. 집 안 청소부터 이발, 요리, 음식 배달, 외출 동행, 약 구매, 쇼핑, 병원 진찰 등록, 심부름, 손톱·발톱 깎기 등 서비스 항목도 다양하다. 정부 보조금으로 독거노인이나 80세 이상 노인은 대부분의 서비스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현재 쯔주위안 가도에 거주하는 60세 이상 노인은 약 2만7000명. 이곳 센터에는 가도 내 단지마다 노인 인구가 연령대별·지역별로 어떻게 분포해 있는지, 거동이 불편한 노인 비중이 얼마나 되는지, 가장 수요가 높은 양로 서비스 항목은 무엇인지 등을 빅데이터로 집계해 파악하고 있다.
쯔주위안 가도 양로서비스 센터 운영 책임자인 치쑹차오씨는 “베이징시 정부 노인 양로 정책에 따라 올해 베이징에 이러한 가도 양로서비스 센터가 100곳 생길 것”이라며 “내년엔 300개로 늘어나, 베이징 전체 가도(330여개)마다 양로 서비스센터가 1곳씩 운영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베이징시 후커우(戶口, 호적) 기준 노인 비중은 29.02%로, 상하이(36.8%)에 이어 2위다. 치씨는 "현재 베이징시 인구의 3분의1이 사실상 노인 인구"라며 "베이징시가 최근 각종 노인 정책을 내놓는 배경"이라고 했다.
치씨는 "지난해 말에는 빈곤·저소득계층 노인 가정의 고령 친화적 집수리 서비스에 대한 가구당 정부 최대 지원금을 기존의 2000위안에서 5000위안까지 높였다"라고도 했다. 노인 가정에 필요한 손잡이나 안전바, 미끄럼 방지 바닥재, 비상 호출 버튼, 분실 방지 스마트 단말기, 음성인식 서비스 등을 정부 보조금으로 설치할 수 있게 된 것이다.
中 노인인구 3억명... 실버경제에 포커스
사실 중국 국가 차원에서도 최근 실버경제를 적극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적극 내비치고 있다. 실버경제는 노년층에 필요한 제품이나 상품을 제공하는 것을 비롯해 노년 준비에 필요한 모든 경제 활동을 의미한다.연초 중국 국무원 판공청이 2024년 제1호 문건으로 '실버경제 발전을 통한 노인복지 향상에 대한 의견'을 발표한 게 대표적이다. 이는 중국 국무원이 처음으로 실버경제 관련 문건을 발표한 것으로, 그만큼 중국 지도부가 실버경제 잠재력을 높이 보고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베이징의 한 노인 요양업계 종사자는 "최근 중국 경제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가 노인인구 소비 잠재력을 적극 발굴하려는 의도"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중국 노년층 저축률이 중국 전체 가계 저축의 약 59%를 차지한다는 통계도 있다며 노인층의 구매력이 상당하다고 덧붙였다.
실제 국무원 1호 문건에서 실버경제에 잠재된 다양한 수요를 기반으로 육성할 수 있는 산업을 언급했다. 노인용품, 스마트 건강케어 상품, 건강·재활 보조기구에서부터 노인성 질환 예방, 실버 특화 금융, 실버관광, 고령친화적 사회 개조 등 총 7개 방면에서다. 그동안 단순히 노인돌봄 서비스에 머물렀던 실버경제 산업 범위를 확대했다는 것이 의미가 크다는 분석이다.
중국 고령화가 가속화하면서 지난해 3억명에 육박한 중국 노인인구는 2035년에는 4억 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중국인의 소득 수준이 높아지면서 노인들의 삶의 질적 향상에 대한 수요도 높아졌다. 기존의 단순한 노인 돌봄 서비스에서 더 나아가 간병인 로봇, 재활 보조 기기, 실버 관광, 실버 금융상품 등 노인들의 수요도 다양화해진 것이다.
중국 고령화 연구센터가 발표한 '중국 고령화 산업 발전보고서(2021~2022년)'에 따르면 2020년 중국 노년층 소비 잠재력은 약 4조3724억 위안(약 813조6500억원)으로,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5.25%를 차지했다. 이 비중은 2050년이 되면 3분의1을 넘어설 수 있다고 센터는 내다봤다.
최근 중국 상하이 푸단대 노인연구소는 오는 2035년까지 중국 실버경제 규모가 19조1000억 위안(약 3554조원)까지 성장해, 중국 전체 소비의 27.8%, 중국 GDP의 9.6%를 차지할 것으로 관측했다. 이어 2050년에는 중국 실버경제 규모가 49조9000억 위안까지 팽창해 중국 전체 소비의 35.1%, GDP의 12.5%를 차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펑원멍 국무원 발전연구센터 연구원은 중국 제일재경일보에 "최근 중국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등 기술 응용이 발달하면서 스마트 요양산업이 더 빠른 속도로 발전할 것"으로 전망했다.
향후 중국은 실버경제 발전을 위해 국제 협력을 강화해 외자를 적극 유치한다는 계획이다. 주광야오 중국 상무부 서비스무역사(司,국) 국장은 제일재경일보를 통해 "수입박람회, 서비스무역박람회, 소비박람회 등 플랫폼을 적극 활용해 실버경제 기술, 제품, 서비스 방면의 세계 500대 기업을 적극 유치함으로써 실버산업 발전을 모색하겠다"고 전했다. 또 자유무역시험구, 서비스개방협력시험구 등에서 실버경제 발전을 위한 국제 협력을 강화하고,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통해 양로서비스 방면에서 더 높은 수준의 개방을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