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스페셜] "1000원짜리 밀크티"로 불황 뚫은 중국 미쉐빙청 성공비결

2024-01-10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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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수가게에서 中 최대 음료브랜드로

박리다매식 프랜차이즈···'밀크티계 핀둬둬'

중국 소프트파워로···반중감정도 녹여

가맹점 '우후죽순' "미쉐빙청 최대 적은 미쉐빙청" 

중국 최대 밀크티 브랜드 미쉐빙청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중국 최대 음료 브랜드 미쉐빙청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미쉐가 출정하는 곳엔 풀 한 포기 못 자란다."

6위안, 우리나라 돈으로 단돈 1100원짜리 밀크티로 박리다매 성공을 거둔 중국 음료 브랜드 미쉐빙청(密雪氷城)의 이야기다. 인근에 미쉐빙청 매장이 생기면 인근 커피숍 장사가 안된다는 뜻이다. 미쉐빙청 매장 수만 3만6000곳, 지난해 1~3분기에만 모두 58억잔의 음료를 팔았다. 컵을 줄줄이 세우면 지구 19바퀴를 돌 수 있다. 음료 출하량으론 중국 1위, 전 세계에선 스타벅스 다음으로 2위다. 새해 벽두 홍콩 증시 문을 두드린 미쉐빙청에 투자자 이목이 집중된 배경이다.  
 
빙수가게에서 中 최대 음료브랜드로
미쉐빙청은 창업주 장훙차오 회장(47)이 1997년 대학 재학 당시 허난성 정저우에 오픈한 빙수가게에서 시작한 중국 음료 브랜드다. 장 회장은 빙수가게를 2년 만에 접고 미쉐빙청이란 이름으로 밀크티 사업을 시작했다. 사업이 커지면서 동생 장훙푸(39)도 최고경영자(CEO)로 뒤늦게 합류했다. 현재 두 형제가 각각 회장과 CEO를 맡아서 지분 42.8%씩 나눠 갖고 있다. 미국 경제 주간지 포브스는 미쉐빙청의 기업 가치를 최소 29억 달러(약 3조8200억원)로 평가하며, 장씨 형제를 억만장자라고 소개했다. 

미쉐빙청의 지난해 1~3분기 누적 매출과 순익은 각각 154억 위안(약 2조8200억원), 25억 위안이다.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약 50% 성장했다. 중국 경기 불황 속에서 거둔 쾌거다.

중국 현지 매체 36kr은 미쉐빙청의 성공 비결로 △박리다매식의 프랜차이즈 경영 △공급망 완비를 통한 철저한 비용 통제 △활발한 브랜드 마케팅 △해외 진출 등을 꼽았다.
 
아주경제DB
아주경제DB
 
박리다매식 프랜차이즈···'밀크티계 핀둬둬'
"생 레몬에이드 4위안, 소프트 아이스크림 5위안, 밀크티 6위안…" 미쉐빙청에서 판매하는 대다수 음료값은 10위안도 채 안 된다. 중국인들은 초저가 전략으로 알리바바를 위협한 중국 전자상거래 기업 핀둬둬 이름을 붙여서 미쉐빙청을 ‘밀크티계 핀둬둬’라 부른다. 

이러한 저렴한 가격은 프랜차이즈 운영과 공급망 완비를 통한 철저한 비용 통제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미쉐빙청의 전체 매장 수는 3만6000곳. 이 중 직영매장은 60곳으로 겨우 0.16%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모두 프랜차이즈 방식으로 운영된다. 덕분에 운영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것. 

가맹점들은 미쉐빙청으로부터 식품 원자재, 포장재료, 장비를 구매하는데, 미쉐빙청의 매출은 대부분 여기서 창출된다. 미쉐빙청의 수익구조를 살펴보면, 식품 원자재, 포장, 설비 판매 수입이 90% 이상이다. 밀크티와 같은 실제 음료 판매 수입은 1%도 채 안된다. 홍콩 명보는 “엄밀히 따지면 미쉐빙청은 차를 파는 단순한 밀크티 브랜드가 아닌, 차 원료·포장재료·장비를 파는 음료 원자재 공급망 업체”라며 “미쉐빙청의 고객은 소비자가 아닌 가맹점”이라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미쉐빙청은 원자재·생산·물류·품질관리·판매까지 모두 자체 공급망을 완비했다. 특히 자사 식품회사를 만들어 핵심 원료·포장 장비를 모두 자체 생산해 표준화한 것. 미쉐빙청은 현재 모두 5개 생산기지를 운영하는데, 총 면적만 67만㎡, 생산력은 143만톤에 달한다.

자체 물류망으로 ‘규모의 경제’도 실현했다. 미쉐빙청의 주력상품인 생 레몬에이드 가격은 고작 4위안, 우리나라 돈으로 700원 남짓이다. 이는 미쉐빙청이 직접 쓰촨성에 레몬 재배지를 설립해 대량으로 레몬을 조달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미쉐빙청은 연간 레몬 구매량만 4만4000톤으로, 중국에서 가장 많이 레몬을 구매하는 '큰손'이다. 

레몬뿐만 아니라 뉴질랜드산 분유, 가나산 코코아분말, 베트남산 패션프루트, 에티오피아·콜롬비아·브라질산 커피원두까지, 미쉐빙청은 현재 전 세계 6개 대륙 35개국에 공급망을 구비해 원자재를 구매 조달하고 있다. 

경영 전략도 먹혀들었다. 미쉐빙청은 1000원짜리 음료를 내세워 구매력이 낮은 3·4선 중소도시를 먼저 집중 공략해 경쟁력을 키운 후 서서히 베이징·상하이 등 대도시로 영토를 넓혀 나갔다. 현재 미쉐빙청의 중국 내 매장의 절반 이상이 3·4선 도시에 분포해 있다. 

이 같은 초저가 전략은 최근 중국 경기 불황 속 소비 다운그레이드 추세와도 맞아떨어져 성공을 거두고 있다는 분석이다. 홍콩 명보는 "중국의 가성비 음료 시장이 최근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며 "2022년부터 2028년까지 연간 24%씩 커질 것"으로 관측했다. 같은 기간 중국 전체 음료시장 연간 성장률 전망치인 18.7%보다 훨씬 높다. 
 
중국 소프트파워로···반중감정도 녹여
미쉐빙청은 해외 진출에도 힘을 쏟았다. 중국 국내 밀크티 음료 시장 경쟁이 거세지자 해외로 눈을 돌린 것. ‘MIXUE’라는 영문명으로 2018년 베트남 하노이를 시작으로 처음 해외에 진출한 미쉐빙청은 현재 미얀마·라오스·인도네시아·필리핀·태국·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에서만 약 4000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미쉐빙청은 글로벌 전략에서도 개도국을 우선 공략한 후 서서히 일본·캐나다 등 선진국으로 넓혀나가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2022년 11월 중앙대 1호점을 시작으로 홍대, 명동 등지에 매장을 오픈했다. 가격은 중국보다 비싸서 레몬에이드 한잔에 2000원 남짓이지만, 한국 물가 수준을 감안하면 매우 저렴한 편이라 할 수 있다. 

미쉐빙청의 브랜드 마케팅도 눈여겨볼 만하다. 특히 미쉐빙청의 귀여운 눈사람 마스코트 '쉐왕(雪王)'을 활용해 캐릭터 굿즈, 애니메이션 동화, 테마곡 등 지적재산권(IP) 사업을 적극 전개하는 중이다. 이는 미쉐빙청의 브랜드 이미지를 각인시키는 데 도움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미쉐빙청의 글로벌 활약이 중국의 소프트파워 성공 사례라고 분석하기도 한다. 홍콩 주간지 아주주간은 인도네시아 국립대 아이르랑가대학 교수를 인용해 “저렴한 가격의 미쉐빙청은 인도네시아 서민들도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음료”라며 “학생·어린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브랜드”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미쉐빙청이 미국 맥도날드보다도 더 빨리 소비자 마음을 사로잡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싱가포르의 한 싱크탱크도 "미쉐빙청의 인도네시아에서의 성공은 중국 국가 소프트파워로 설명될 수 있다"며 인도네시아 현지 반중 감정을 희석시키는 데 상당히 도움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가맹점 '우후죽순'···"미쉐빙청 최대 적은 미쉐빙청" 
하지만 미쉐빙청의 급속한 영토 확장을 향한 우려 섞인 시선도 존재한다. 워낙 우후죽순 격으로 생기다 보니 “미쉐빙청의 최대의 적은 미쉐빙청”이란 말까지 나온다. 반경 1㎞ 내에서만 십여 군데 매장이 있다 보니 경쟁이 치열해 가맹점 수입도 쪼그라들 수밖에 없는 것. 

미쉐빙청이 연구개발에 소홀하다는 점도 문제다. 수년간 연구개발 비용이 미쉐빙청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고작 0.3% 미만에 불과했다. 최근 몇 년간 신제품을 출시하지 않는 배경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미쉐빙청이 소비자 취향과 시장 트랜드를 제대로 분석해 혁신하지 않으면 결국엔 시장 경쟁력을 상실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 밖에 박리다매식 프랜차이즈 경영으로 비용 절감에 치중하다 보니 식품 안전 문제도 도마 위에 올랐다. 이물질 검출, 유통기한 지난 식자재 판매 등 문제가 불거지고 있는 것.

그런데도 미쉐빙청은 중국 경기 불황 속 지갑이 얇은 서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누리꾼들은 미쉐빙청을 둘러싼 식품 안전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미쉐빙청 음료 자재가 유통기한이 지난 게 아니라 내가 늦게 마신 것”, “미쉐빙청이 내 마지노선을 건드렸으니, 마지노선을 좀 더 낮춰야겠다”, “미쉐빙청은 내가 가난해도 괜찮다 하니, 나도 미쉐빙청이 더러워도 상관없다”는 등등의 자조 섞인 농담을 쏟아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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