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오전 국내 주식시장 개장 직후. 시그널에는 "초전도체 관련주 추천 종목" 글이 올라왔다. 이날 특정 종목의 주가를 올리는 시세조종을 진행할 계획인데, 같이 매수에 나설 또 다른 세력을 모집한다는 내용이다. 이들이 지목한 3개 종목의 주가는 매수세가 몰리며 오전 주가가 급등했다.
소위 '꾼'들이 주식 관련 정보를 시그널로 주고받는다는 소문에 증권가에서도 텔레그램에서 시그널로 갈아타는 이들이 늘고 있다. IR 대행사 관계자는 "고객사인 상장사 A 대표가 어느 날 시그널을 설치하라고 초대 링크를 보냈다"며 "이 대화방에서 A 회사의 주가를 부양하기 위해 대표와 소통하고 있다. 대화 흔적을 남기기가 조심스럽다는 생각에 보안이 더 강화됐다는 시그널로 지시를 내리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시그널은 텔레그램보다 보안이 한 수 위다. 화면 캡처 차단 기능이 있어 다른 메신저처럼 대화내용을 캡처할 수 없다. 대화 내용 전체가 암호화되고 인증된 기기 하나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 지원되는 음성통화도 암호화된다. 사라지는 메시지 기능을 사용하면 대화 상대 기기에서도 주고받은 내용이 삭제된다.
시그널 메신저는 미국의 암호화 업체인 '오픈 위스퍼 시스템즈'에서 개발한 메신저다. 국내에서 시그널 메신저가 알려진 건 문재인 정권 출범 이후다. '민주당원 댓글 조작 사건'의 주범으로 알려진 드루킹씨가 김경수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대화를 위해 기존 텔레그램 외에 시그널이란 메신저를 이용했다고 밝혀지면서다. 드루킹은 39회, 김 의원은 16회 각각 서로에게 메시지를 전송했다. 다만, 텔레그램 채널과는 다르게 시그널에서는 댓글 작업을 지시하거나 기사링크(URL)를 전달한 흔적은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보보안 업계 관계자는 "시그널이 익명성에 좀더 특화돼 있어 선호하는 범죄자들이 있는 것"이라며 "리딩방의 규모를 크게 운영하기에는 시그널보다 텔레그램이 기능상 더 유리해 아직 둘 다 쓰일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