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K-방산 '골든타임'은 지금이다

2024-01-22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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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운 산업부장 겸 시장경제에디터
전운 산업부장 겸 시장경제에디터

우리는 1975년 필리핀에 M16 소총 탄환을 판매했으니 방산 수출을 시작한 지도 반세기가 지났다. 탄환을 수출하던 수준에서 50년이 지난 지금, 한국의 방위산업은 세계 9위(2018년~2022년 수출 점유율 기준)를 기록할 만큼 괄목할 만한 성장을 보였다. 수출 품목은 자주포·미사일·전차·장갑차·경공격기·헬기 등으로 다양해지면서 명실공히 방산 강국으로 자리매김했다.

이 같은 여세를 몰아 폴란드에 대한 무기 수출은 올해 220억 달러 이상의 2차 계약이 예정돼 있다. 폴란드는 우리나라의 K-9 자주포, K-2 전차 등을 수입하는 큰손 중의 큰손이다. 2022년 K-2 전차 등 4종에 대한 폴란드 1차 계약만 124억 달러에 달했고, 우리나라 연간 방산 수출의 70%를 차지했다. 2차 계약이 체결될 경우 K-방산 수출은 사상 처음으로 200억 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계약 체결이 순조롭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한국수출입은행의 자기자본을 기준으로 한 수출금융 한도가 족쇄로 작용해서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15조원인 수은의 자본금을 30조~35조원으로 늘리는 수은법 개정안을 여야 모두 발의했으나 이번 21대 국회 일정상 통과가 불투명하다.

폴란드 정부는 각종 무기를 1·2차에 나눠 구입하기로 하면서 매번 80% 수준의 금융 지원을 한국 정부에 요청하고 있다. 폴란드 요구를 그대로 수용하면 1차 12조원, 2차 24조원 등 약 36조원의 신용공여가 필요하다.

하지만 현행 수은법상 법정자본금 한도는 15조원이고 동일인에 대한 수은의 대출 한도는 자기자본의 40%까지다. 이에 따라 수은이 2차 계약에 지원할 수 있는 자금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우리의 수은법 같은 족쇄로 인해 방산 수출에 발목이 잡혔던 국가는 여럿 있다.

미국은 2000년대 초 동유럽 국가들에 대한 전투기 공급을 두고 스웨덴과 경쟁을 벌였다. 그러나 금융 지원 대책을 마련하지 못한 미국은 2001년 9월, 헝가리에 대한 전투기 공급 계약을 스웨덴에 뺏겼다. 당시 헝가리는 100% 금융 지원에 기반해 스웨덴 사브사의 JAS 39 그리펜 14기 도입에 대한 계약을 체결했다. 

프랑스 전투기 라팔은 수출이 신통치 않아 실전 배치된 후에도 ‘저주받은 전투기’라는 말까지 들었다. 금융 지원의 부재로 수출이 전무했기 때문이다. 결국 프랑스 정부는 2021년 이집트에 라팔 30대를 5조3000억원에 판매하면서 대금의 85%를 장기 대출해줬다. 중국과 러시아는 개발도상국에 무기를 판매하면서 차관급 저금리로 통상 25년 장기 대출 조건을 내세우고 있다.

방산은 모든 수요처가 국가로 한정된 특수성을 안고 있다. 그렇다 보니 국가의 보호·육성이 허용된, 세계무역기구(WTO) 체제에서 예외가 인정되는 유일한 분야다. 거래 규모가 워낙 커 국제 계약 시 수출국이 장기대출을 해주는 것은 일반적이다.
 
최근 골드만삭스는 2024년 한국을 전 세계에서 가장 매력적인 투자처 중 하나로 평가하며, 그중에서도 방산주를 최우선순위로 꼽았다. 무기체계 거의 전 분야에서 독자 개발 및 대량생산 능력을 보유하며, 신속한 납품 능력, 안정적 후속 군수 지원이 가능한 K-방산에 대한 전 세계적인 러브콜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명실공히 K-방산이 ‘신냉전’ 시대를 주도하는 ‘글로벌 방산시장의 새로운 강자’라는 것이 객관적인 평가다.

이러한 글로벌 방위산업의 골드러시 시대는 K-방산에 다시 오지 않을 기회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다시 말해 향후 3~4년이 K-방산이 글로벌 방산시장에서 시장점유율을 대폭 끌어올릴 수 있는 ‘골든타임’이나 마찬가지다.

따라서 국회가 수은법 개정을 조속히 처리할 필요가 있다. 자칫 오는 4월 총선으로 개정안 심사가 계속 미뤄질 경우 21대 국회 임기 만료로 자동폐기된다. 수십조 원에 달하는 방산 수출 계약을 눈앞에 두고도 놓치는 우를 범할 수 있는 상황이다.

골든타임을 잡기 위해 방산 수출의 후발 주자인 우리는 선진국에 비해 더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어야 할 필요성이 있다. ‘물 들어올 때 노 저어라’는 말이 있다. 금융 지원의 부재가 K-방산의 미래를 가로막아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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