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금융지주가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을 2% 이하로 관리하겠다는 방침을 금융당국에 보고했다. 목표치를 달성하면 한국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00% 이하로 떨어질 수 있다. 다만 정부가 가계대출을 경상성장률 범위 내에서 관리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한 직후 5대 지주가 증가율 목표를 2% 이내로 제시한 것이어서 업계의 과도한 '눈치보기'가 아니냐는 시선도 있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금융지주는 최근 관계 부처 합동으로 열린 '가계부채 현황 점검 회의'에서 이 같은 업무계획을 밝혔다.
고금리 장기화 등 영향으로 부동산 시장이 위축돼 있는 만큼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은 그리 높지 않을 것으로 금융권에서는 판단하고 있다. 지표를 봐도 최근 가계대출은 둔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연간 가계대출 증가 폭은 10조1000억원으로 전년(8조8000억원 감소) 대비 증가세로 돌아서긴 했지만 과거 8년간 매년 80조원 넘게 불어났던 것과 비교하면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당국은 보고 있다.
금융지주가 대출을 목표치 내에서 관리하면 올해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00% 이하로 떨어질 수 있다. 국제금융협회(IIF)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00.8% 수준이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 16일 브리핑에서 "현재 가계부채 수준이 높은 것은 맞지만 경제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천천히 줄여나가야 한다"며 "올해 잘하면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두 자릿수로도 떨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가계부채 증가율이 2% 이내에서 움직일지는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최근 5년간 가계대출 증가율은 평균 3.64%로, 금융권이 목표로 제시한 수준을 크게 웃돈다. 금융당국의 '팔 비틀기'에 금융권이 실현 가능성이 낮은 숫자를 제시하다 보니 자칫 대출 심사 조건이 까다로워져 자금이 필요한 이들이 '대출 절벽'에 내몰릴 가능성도 있다.
이달 말 출시되는 27조원 규모 신생아특례대출도 변수다. 이 특례대출은 금리가 1%대인 데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에서도 제외돼 가계대출에 작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
한은이 1년여 만에 기준금리 인상 기조가 종료됐음을 선언함에 따라 성급한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대출 수요를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그간 고금리에 잠잠하던 '영끌' 심리가 살아나면 가계부채 증가세가 거세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