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중국 주요 반도체 장비업체들의 매출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대(對)중국 수출 통제 조치로 중국이 반도체 기술 자립에 열을 올린 게 성과를 거둔 것으로 보인다.
베이팡화촹((Naura, 002371.SZ)은 16일 잠정 실적을 발표하고, 지난해 매출이 42~57% 증가한 209억~231억 위안(약 3조9500억~4조36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베이팡화창은 매출이 증가한 것에 대해 "우리는 줄곧 고객의 수요에 맞춘 제품을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해왔다"며 "검사·세정·식각 등 10여개 분야에서 자사 반도체 장비가 기술적 도약과 양산을 이뤄냈고, 더 많은 반도체 공정을 아우를 수 있게 되면서 시장 점유율이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미국이 네덜란드의 ASML을 비롯해 굴지의 반도 장비 업체들에게 대 중국 수출 중단을 요구해 오면서, 중국은 자국 기업 위주로 반도체 공급망을 재편하기 위해 속도를 내왔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지난해, 중국 반도체 제조사들이 미국의 수출 규제로 미국 등 다른 국가에서 반도체 장비를 살 수 없게 되자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속에 베이팡화창 등 중국 업체들과 논의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미국의 대중국 수출 규제가 오히려 중국 반도체 장비 산업의 성장을 가져온 것이다. 중국 반도체 시장 조사업체 신머우(Icwise)에 따르면 2020~2023년 기간 중 중국 국내 시장에서 중국 반도체 장비업체의 시장 점유율은 종전 7%에서 11%까지 상승했다.
수혜를 입은 건 베이팡화촹 뿐만이 아니다. 중국의 다른 반도체 장비업체들의 지난해 매출도 크게 뛴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반도체 장비 업계 2위인 중웨이(688012.SH, AMEC) 역시 최근 잠정 실적을 발표했는데,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32% 늘어난 82억 위안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반도체 세정 장비 분야 중국 1위인 성메이상하이(688082.SH, ACM)은 27~47% 증가한 36억~42억 위안으로 예상되며 반도체 검사 장비 업체인 중커페이처(688361.SH)와 지춘커지(603690.SH)도 호실적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