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대(對)중국 수출을 금지하고 있는 엔비디아의 인공지능(AI) 반도체가 중국 대학 등 연구기관과 군사 당국에 흘러 들어간 것으로 파악됐다.
14일(현지시간) 로이터는 중국 내에서 공개된 입찰 서류를 분석한 결과 중국 공급업체 10곳이 엔비디아의 A100·H100과 A800·H800을 밀수입했고, 칭화대 등 중국 명문대학과 중국 인민해방군 등이 이를 사들였다고 보도했다.
중국 칭화대는 수출 금지 조치 이후에도 A100을 80개 이상 구매했고, 중국 군과 밀접한 관계라는 이유로 미국 정부의 제재 대상이 된 하얼빈공과대학도 지난해 5월 딥러닝 모델 훈련을 목적으로 A100 6개를 구매했다. 이 밖에 중국전자과기대와 인민해방군도 수출 금지된 엔비디아의 반도체를 사들인 것으로 파악됐다.
중국 대학들은 엔비디아 반도체에 대한 입찰을 진행할 때 구체적인 요구사항도 명시했는데, 충칭대는 A100 반도체 1개에 대한 입찰 진행에서 ‘반드시 중고품이 아닌 새 제품일 것’이라고 명시했다. 충칭대의 AI 반도체는 이달 배송이 완료된 것으로 확인됐다.
중국 공급업체들이 어떤 루트로 엔비디아 반도체를 수입했는지는 불분명하다. 다만 엔비디아가 미국 대기업에 대량으로 출하한 후 시장에 나오는 초과 재고를 사들이거나 인도·대만·싱가포르 등 국가에 현지 법인을 설립한 자국 기업을 통해 수입할 가능성 등이 제기됐다.
로이터는 미국의 수출 통제 조치 이후 중국 내에 엔비디아 반도체 밀수입업자가 생겨났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엔비디아 반도체에 대한 중국의 지속적인 수요와 접근은 화웨이 등 자국 기업들이 자체 개발 반도체를 내놓았음에도 불구하고 대체품이 여전히 부족하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짚었다. 수출 통제 조치 이전에 엔비디아는 중국 AI 반도체 시장의 90%를 점유했다.
엔비디아 대변인은 이에 대해 "우리는 수출 통제법을 준수하고 있으며 고객사에도 동일한 조치를 요구하고 있다"며 “고객사가 제3자에게 불법으로 재판매 한 사실이 파악되면 즉각적이고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엔비디아 반도체가 중국에 흘러들어간 것으로 나타나면서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 금지 조치에는 구멍이 또 하나 확인된 셈이다. 미국 터프츠대학의 크리스 밀러 교수는 “칩이 작아서 쉽게 밀수입 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미국의 수출 규제가 빈틈이 없을 것이라는 생각은 비현실적”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