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중국 수출이 미국 주도의 공급망 재편 움직임 속에 7년 만에 처음으로 역성장을 기록했다. 물가지표도 개선되긴 했으나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 우려를 지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경기 회복의 불씨를 키우기 위해서는 부양책에 더 의존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12월 수출 2.3%↑, 수입 0.2%↑...연간 기준은 감소
12일 중국 해관총서는 지난해 12월 수출액(달러기준)이 3036억2000만 달러(약 399조1085억원)로 전년동월 대비 2.3% 증가했다고 밝혔다. 전달(0.5%)과 시장 전망(0.9%)을 모두 크게 웃돌면서 2개월 연속 증가세를 유지했다. 지난해 중국 수출은 10월까지 6개월 연속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했다. 내수와 직결되는 수입도 개선됐다. 12월 수입액은 전년 동월 대비 0.2% 늘어난 2282억8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전달(-0.6%)과 시장 전망(-0.5%)을 뛰어넘으면서 한 달 만에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지난해 중국 수입은 10월(3%)을 제외하고 줄곧 마이너스 성장률을 보였었다.
다만 연간 기준으로는 수출입 모두 전년 대비 감소했다. 1~12월 누적 수출액은 3조3800억 달러, 수입액은 2조5568억 달러로 각각 전년동기 대비 4.6%, 5.5% 줄었다. 중국 수출이 전년 대비 감소한 것은 2016년 이후 7년 만에 처음이다.
국가별 수출·수입액 증가율을 보면, 대(對)러시아(53.9%) 수출액이 압도적으로 많이 늘었고, 이어 인도(6.5%), 태국(4.5%), 남아프리카(4.4%) 순이었다. 반면 남중국해를 둘러싸고 영유권 분쟁을 빚는 필리핀(-11.9%), 하나의 중국 원칙 고수로 관계가 악화된 대만(-11.1%)에 대한 수출은 크게 줄었다.
네덜란드의 대중국 반도체 장비 수출 금지를 앞두고 중국이 ASML 장비 사재기에 나서면서 네덜란드에 대한 수입은 43.1% 폭증했다. 반면 대한국 수입이 13.9%로 가장 많이 줄었고, 대만(-10.5%)과 필리핀(10.4%)에 대한 수입 역시 감소했다.
품목별 수입액을 보면 한국에 대한 수입이 줄어든 원인이 뚜렷하게 보인다. 디스플레이 패널(-21.0%)·다이오드 및 반도체 장비(-19.2%)·집적회로(-15.4%)와 화장품(-19.4%)까지 한국 기업들의 주요 수출품에 대한 수입 감소세가 가장 두드러졌기 때문이다. 반면 자동차(69.0%)와 선박(28.6%) 수출은 크게 늘었고, 미국에 대한 보복성 조치로 당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를 감행하면서 희토류 수출은 28.3% 줄었다.
장즈웨이 핀포인트자산운용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수출은 마진 측면에서 개선됐지만 중국 성장의 동력으로서 전반적인 내수를 부양할 만큼 강력하지 않다”고 분석했다.
물가 하락폭 둔화됐지만...디플레 우려 여전
한편 중국 국가통계국은 이날 지난해 12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 대비 0.3% 하락했다고 밝혔다. 전달(-0.5%)보다 개선되며 시장 전망(-0.7%)을 웃돌았으나 3개월 연속 마이너스 국면을 이어가면서 디플레이션(경기둔화 속 물가하락) 우려를 가중시켰다.중국 CPI는 지난해 7월에 -0.3%를 기록하며 2년 5개월 만에 마이너스로 전환된 후 8월 0.1% 상승하며 반등했으나 이후 10월부터 다시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지난해 연간 CPI는 전년 동기 대비 0.2% 상승했다.
식품 물가가 3.7% 하락했고, 상품 물가도 1.1% 내렸다. 서비스 물가와 비식품 물가는 각각 1.0%, 0.5% 상승했다. 품목별로는 축산물(-15.9%), 그중에서도 돼지고기 가격(-26.1%)이 크게 떨어지면서 전체 물가를 끌어내렸다.
같은 달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전년 동월 대비 2.7% 하락했다. 전달(-3.0%)보다 낙폭을 키우며 -3.2%까지 떨어질 거라는 시장 전망을 비켜갔으나 15개월 연속 마이너스 국면을 벗어나지 못했다. 연간 PPI는 전년 동기 대비 3.0% 하락했다.
생산자재 가격이 전년동월 대비 3.3% 떨어졌고, 채굴업(-7.0%)과 원자재공업(-2.8%), 가공업(-3.2%), 소비재(-1.2%) 가격이 모두 하락했다.
소비자물가와 생산자물가 모두 시장 전망만큼 악화되진 않았으나 마이너스 성장률을 이어가면서 디플레이션 우려를 지우지는 못했다. 춘제(중국의 설)를 앞두고 소비가 살아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오지만 궁극적으로 추가 부양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글로벌 투자은행(IB) UBS는 "소비가 설 연휴 동안 활기를 띨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가계 지출을 늘리고 디플레이션 압력을 없애기 위해서는 더 많은 부양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