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동안 학교폭력 피해자를 대리해 온 박상수 변호사가 저서 《학교는 망했습니다》 출간을 기념해 북콘서트를 열고 비현실적 제도에 의한 교실 붕괴 현상을 꼬집었다.
박 변호사는 9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 라이브 플라자에서 저서 《학교는 망했습니다》 북 콘서트를 열었다. 박 변호사는 학교폭력피해자가족협의회·초등교사노조·교사유가족협의회의 자문 변호사 등을 역임했다.
이날 북콘서트에는 김영훈 대한변호사협회 협회장, 김정욱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 홍승기 법조윤리협의회 위원장 등 법조계 관계자들과 박두용 교사유가족협의회 회장을 비롯한 현직 교사 등 교육계 관계자 총 220여명이 참석했다.
김영훈 협회장은 축사에서 "교원들이 추락한 교권 회복과 교육 현장의 안전 확보를 위해 제도적 변화를 추구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며 "이번 북콘서트를 학교와 교육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토론하는 기회로 삼고 출간된 저서를 통해 더 많은 국민들이 교육 현장의 실태를 실감하고, 제도적 차원의 개선에 동참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서이초 교사 사건' 피해자의 친적이기도 한 박두용 대표는 "박상수 변호사는 서이초 사건 이후 결성된 교사유가족협의회 자문변호사로 위촉돼 많은 교사들에게 도움이 줬고, 10년 간의 경험과 풍부한 시야를 바탕으로 법률적·행정적 자문을 줬다"며 "학부모와 선생님이 서로 신뢰하고 한 아이의 교육과 훈육을 함께 만들어나가는 이 당연한 교육의 실패 원인이 무엇인지, 박 변호사의 책이 조금이라도 해결의 단초 역할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북콘서트는 박 변호사와 김경률 회계사의 대담 형식으로 이뤄졌다. 박 변호사는 2012년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가 의무화되면서 교육 현장에서 무의미한 법적 분쟁이 남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학교 현장이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교내 학폭위 개최와 생기부 기재가 법제화됐다"며 "생기부에 학폭 기재를 막기 위해 학부모들은 학폭 사건이 생기면 변호사를 찾아가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그 쯤 로스쿨 제도에 따라 1년에 2500명의 변호사가 쏟아졌고, 변호사들은 학폭과 관련해 교사들의 절차적 위법성을 주장하면 처분을 취소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학폭이 법률시장의 블루오션이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변호사는 최근 교사들이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건이 여럿 발생했지만 실질적 교권 회복을 위한 정책은 전혀 이뤄지고 있지 않다는 점도 비판했다. 그는 "전국의 교사 55만명 중 무려 35만명이 교권 회복을 외치며 길거리에 나왔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하나도 해결되지 않았다"며 "저는 학교가 이대로 망가지는 꼴을 그냥 지켜볼 생각이 없다. 이 문제를 평생 가져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유대담에 이어 질의응답 시간도 이어졌다. '교권을 회복시키면서 학생 인권과 조화도 이룰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대책이 무엇이라 생각하냐'는 질문에 박 변호사는 "교육은 교사에게, 조사는 경찰엑, 약은 약사에게, 진료는 의사에게, 본분에 맞는 사람이 본분에 맞는 일을 하면 된다. 교사가 가장 교육의 전문가임을 간과해선 안된다"고 답했다.